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제대로 된 정책 추진 위해선 국민에게 참아달라 말해야
노조 기득권 놔두고 새산업 육성하려다 보니 한계 봉착
脫원전 정책, 靑이 특정 가치에 집착하면서 왜곡 발생

보수냐 진보냐 질문에 나는 한번도 답해본 적 없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자율사회’를 골자로 한 한국당의 새 이념과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자율사회’를 골자로 한 한국당의 새 이념과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져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포퓰리즘 정부로 규정했다. 국가주의에 이은 두 번째 ‘프레임(틀) 공세’다.

그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어려워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에게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 27일 문 대통령의 ‘민생 호프’와 관련해서도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의 ‘민생 호프’ 어떻게 봤나.

“경제부처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살아있는 정보들을 이미 접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확인하러 나온 것 아니겠나. 중요한 건 생각의 전환, 방향의 전환인데 구별이 잘 안 된다. 일종의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책전환 가능성에 부정적인 것 같다.

“포용적 성장이니, 따뜻한 자본주의니 말은 참 많다. 문제는 정부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출발을 잘못 설정했다는 데 있다. 낡은 산업 틀을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구조를 짜야 하는데 이걸 못 하고 있다. (거대 기득권) 노조를 건드리지 않고 산업정책을 쓰려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득주도성장은 작동하기 어렵다는 생각인가.

“밖에서 가져온 이론이 우리 현실과 맞을 리가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소수이론으로 제시한 임금주도성장을 가져와 소득이라고 바꿔 적용한 것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많게 잡으면 3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의 두 배에 달한다. 이미 레드오션 경쟁에 빠진 자영업자들에게 급하게 올라간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니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대안은 뭔가.

“자영업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산업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정책엔 선후가 있다. 산업고용을 늘려 자영업을 줄여야 하는데 노조 등 반발하는 이해관계자 집단 때문에 못 하고 있다. 이것이 현 정부의 딜레마다. 길고 어렵더라도 실업 안전망과 평생교육 체계를 갖추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노조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증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방증한다.

“조세는 큰 틀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법인세, 소득세를 올리고 내리는 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보충적 역할을 하려면 충분한 재정수입이 필수다. 핵심은 한국의 면세자 비율이 48%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민 개개인이 단 1만원이라도 모두 세금을 내는 국민개세주의가 실현돼야 하는데 포퓰리즘 때문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최고 복지를 자랑하는 덴마크를 예로 들어보자. 소득세 최고세율이 59%다. 근로자 평균소득의 1.2배, 한화로 1년에 약 5500만원을 벌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절반가량이나 되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만 법인세는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년 동안 OECD 국가 평균 법인세 인하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국가 간 법인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외면할 순 없다.”

▶면세자를 줄이자는 건 이번 정부도 원할 텐데.

“정확히 말하면 못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거다.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받은 많은 사람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그거 공짜 아니다. 누군가는 돈을 낸다. 만일 그게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나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집에 할 수 없이 붙들려 있는데 나눠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북유럽 복지국가엔 공짜 점심은 없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삼성 20조원 분배’ 얘기처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이상하게 국가개입식으로 해결하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정거래 문제에 집중하면 된다. 대기업이 영세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기술을 탈취하는 등 갑질을 막기 위해 경찰 노릇을 제대로 하면 된다.”

▶반국가주의를 주창하는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늘 국가주의가 횡행했다. 박근혜 정부를 신자유주의로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본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고, 정부가 나서서 혁신센터를 열어 기업인을 부르는 게 자유주의는 아니지 않나. 노무현 정부 때도 국가개입을 줄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도 매일같이 나오는 게 정부가 규제한다는 뉴스다.”

▶탈원전정책도 비슷한 맥락인가.

“권위주의적 행정의 소산이라고 본다. 청와대가 특정 가치에 집착하면서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수요 예측을 믿기 어렵다. 정책 목표에 맞춰서 작성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낮게 잡아도 되는 걸까. 탈원전을 하기 전에 수요예측에 관한 진지한 토론부터 해봐야 한다.”

▶한국당은 보수당인가.

“저한테 진보냐, 보수냐를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한 번도 답을 못했다. 박정희식 가부장적 국가개입주의와 신자유주의 모두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같은 국가주의와 사회적기업 등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가 저마다 진보라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박원순과 문재인을 똑같은 인물로 보는데 제가 봤을 때는 아니다. 그만큼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자율사회를 강조하는데.

“국민 한 사람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바로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자율은 권리의 개념이다. 개인의 잠재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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