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민주당 당대표 후보 인터뷰 /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80727....
“‘경제 당대표론’이 호소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살리기 적임자라고 본 것이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본선에 진출한 김진표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전문가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 진보 정권 세 명의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것도 “김진표만큼 일 잘하는 공무원은 없다”는 평가 덕분이다.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 의원이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래서 ‘경제 당 대표론’이다.

김 의원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당에서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방향은 옳지만 시행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적용되다 보니 초기에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털어놨다. 정부 초기 학자 중심의 수석들이 원칙만 강조해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데다 장관 인사까지 늦어지면서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의 보완대책 시행이 늦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는 혁신성장의 성과를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하며 자신의 복안을 내보였다. 중소벤처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자 수수료나 챙기는 금융산업이 창업 등의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는 금융그룹을 정리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인터넷 은행을 4~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경쟁을 통해 안주하고 있는 금융산업을 자극하는 일종의 ‘메기전략’이다. 규제샌드박스법을 통해 당 차원에서 신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하반기쯤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중간 간부조차 벤처창업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보겠다”고 했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현역 의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당대표의 독선적인 리더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원 한두 명만 참여하는 당정협의 시스템을 여당 상임위원 전체가 각 부처와 매주 한 차례 만나 현안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국정 현안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여소야당 국면에서도 여당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당원들이 정책 생성 과정에 참여하는 ‘열린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후보는 “논란이 불거진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해 이 지사를 제명하라는 요구가 SNS상에서 빗발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을 받아줄 창구를 마련해 권리당원들에게 오해가 있다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당사자가 권리당원 앞에서 소명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인 과세 유예 논란에 시달렸던 그는 ‘총대를 메려다 총을 맞았다”며 억울해했다. 당시 종교인 과세 법안을 발의했던 김 의원은 법안이 유예되면서 반개혁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종교인 과세가 되도록 반대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부처에서는 저를 ‘개혁진표’라고 부릅니다. YS 시절 금융실명제를 제가 책임지고 성공시켰고, DJ때는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금융개혁, 재별개혁을 도맡았습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주5일제를 안착시켰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김진표·송영길·이해찬 3인을 본선으로 올린 중앙위원들의 표심을 어떻게 보십니까?

“‘경제 당대표’에 대한 소구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경제 살리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신 것이죠. 송영길 후보는 2년 전 1표차로 컷오프를 경험했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해찬 후보는 오랜 정치 생활을 하면서 우리 당이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던 2012년의 공을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8월 25일 전당대회는 일반 여론조사 등 유권자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의원들은 대게 중앙위원분들과 소통이 잘되기 때문에 예비경선처럼 ‘경제 당대표’라는 저의 강점에 동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리당원의 경우 75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당원중심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개혁을 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당원들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으신지.

“제가 당대표가 되면 당내에 정당혁신본부와 경제혁신본부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경제혁신본부는 제가 직접 맡아서 경제를 챙길 생각입니다. 중소벤처 창업, 금융개혁, 소상공인 지원 방안,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노사정 문제 등을 분야별로 나눠 전체를 총괄하는 상황실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야당이었기 때문에 당대표 1명, 최고위원 7명, 중앙위원 30~40명 등이 모인 작은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보안 유지를 위한 차원과 힘을 결집시킨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여당인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더욱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권을 장악한 유일한 진보정당이 됐습니다. 어려운 경제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잘 반영하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하는 이유입니다. 경제혁신본부를 만든 취지이기도 합니다.“

▷공천권 등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요?

“현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1명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포함시키고, 권역별 단체장 대표 10명, 원외위원장 5명을 당연직 당무위원으로 선임하겠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정당’으로바꿀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공천 문제는 선거 1년전에 공천룰을 확정하여 투명성, 공정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겠습니다.”



▷지난해 종교인 과세 유예 개정안 발의로 논란의 한복판에 섰는데요.

“논란이 불거졌던 종교인 과세 문제는 총대를 메려다 제가 총을 맞은 경우입니다. 작년 4월 21일에 전혀 준비가 안돼 있는 상황에서 8개월 후에 과세를 한다고 하니까 이걸 유예를 할 것인지 공개답변 요구가 와서 1년을 유예해서 연착률할 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제가 대표 발의를 하고 그자리에서 중진들의 사인을 받아놓은 것이죠. 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거 이후 미뤄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직을 갑자기 맡게 되면서 위원장을 마치고 법안을 냈는데 꼼수라고 비난이 쏟아진겁니다. 종교인 편들려고 세금을 안내기 위해 일부러 미루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았죠. 이미 대형교회는 세금을 내왔기 때문에 사실과 달랐습니다. 하지만 종교인을 찾아다니면서 양해를 구하고 올해부터 과세가 되도록 반대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두고 반개혁적이라고 하는 것도 억울합니다. 정부부처에서는 저를 ‘개혁진표’라고 부릅니다. YS 시절 금융실명제를 제가 책임지고 성공시켰고, DJ때는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금융개혁, 재별개혁을 도맡았습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주5일제를 안착시켰기 때문입니다.”

▷‘경제 당대표’가 되겠다고 하셨는데 실제 경제 지표 전반이 좋지 않습니다.

“전제적으로 우리경제가 하루 아침에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YS때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점으로 5년마다 1%씩 성장률이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 2016년 각각 2.4%, 2.5%를 기록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3%대로 끌어올렸지만 바로 또 2.9%로 떨어지니 위기의식이 나오는 겁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재벌 중심의 이윤 주도 성장 정책을 너무 오래 끌어서 그렇습니다. 이 방법이 80년대 말까지는 먹혔습니다. 당시에는 성장 전략이 ‘베끼기 전략’을 썼습니다. 선진국들이 성공한 것을 따라하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성공확률이 100%였습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장시간 일하고 임금 조금 덜받는 방법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했죠.”

▷성장전략의 전환 시기를 놓친것인가요

“대기업에게 5조원씩 투자해서 성장전략을 유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이렇다보니 현대차도 머뭇거렸고 삼성 정도만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꾸준히 선두자리를 지킨겁니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침체한 겁니다. 결국 재벌들이 돈을 벌어야하니까 안전한 국내 유통산업을 점령하고 중소자영업자들이 하던 것까지 쓸어갔습니다. 대신 혁신투자는 이뤄지지 않으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성장성도 떨어진거죠. 너무 오랫동안 재벌주도 성장으로 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느낀 국제통화기금(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성장전략을 바꿔야한다, 즉 포용적 성장을 얘기한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전략이 나온 배경인가요.

“그걸 받아들인 것이 문재인 정부죠. 경제의 수요면에서는 소득주도성장, 경제의 공급면에서는 혁신성장을 내세운 겁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생산성이나 경제규모는 OECD 10위권이지만 임금수준은 27,8위 노동시간은 꼴찌입니다.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는 베끼기 성장을 할때는 맞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퍼스트 무버’로 가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보려면 노동의 창의성이 나와야합니다. 혹사당하는 노동력으로는 혁신이 나올 수 없죠.”

▷하지만 시행 초기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속성상 동시에 적용하다보니 초기에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성과는 2~3년 이후 나타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로, 그것이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질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자영업자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 안정자금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의 5개년 설계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천이 안된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진 것이죠.”

▷문제는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요?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에 있는 수석들이 대게 학자들이다 보니 원칙만 강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해야한다는 원칙과 ‘가능하면 예외없이 해야한다’는 단서가 있으니 일단 시작된거죠. 여기서 발생한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해 부처에 있는 장관들이 단계별 상황별로 해법을 내놔야하는데 장관 인선이 4개월 걸렸습니다. 진용을 갖추기도 전에 혼란이 빚어진 것입니다. 대신 이번 고위당정청 회의를 통해 많은 부분이 해소됐습니다. 부작용을 완화하는 정도의 효과는 나올 것입니다.”

▷그걸로 전부 해결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그 부분만으로는 경제성과가 좋아졌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강조하는 것이 혁신성장의 성과를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넘어서는 경제 개선의 성과는 혁신성장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중소벤처기업의 활성화입니다. 이것을 가장 가로막고 있는 규제 장벽이 금융산업이 융자위주의 형태로 낙후돼있다는 점입니다. 중소벤처기업에게 금융권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 중 98.8%가 융자형태고, 위험부담이 있는 투자 비중은 1.2%밖에 안되는데 너무 비중이 낮습니다. 미국은 금융개혁을 통해 융자에서 투자로 프레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투자 비중이 60%수준입니다. 이걸 고쳐주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장에 돈이 흘러들어가야하는데 이걸 가로막고 있는 것이 금융권입니다. 은행이 낙후되서 4개의 금융그룹이 자산총액도 같고, 수익도 비슷하고 사실상 담합해서 안주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편하지만 그사이 우리경제는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금융권개혁 방법은 어떤게 있습니까?

=융자에서 투자로 구조를 전환해 금융권도 위험을 감수해야합니다. 투자증권과 자산운용 중심으로 바뀌어야하는 겁니다. 정부와 여당은 규제샌드박스법을 입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풀어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돈이 시장구조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에 갈수있도록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기업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해 대기업의 돈이 벤처로 흐르게 하려고 합니다. 대기업의 돈과 은행의 돈이 흘러들어가면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대기업 간부급들은 모두 벤처기업으로 나오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에는 벤처 성공사례가 50개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자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구나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따라오겠죠. 기업 간 인수합병도 당연히 활발하게 일어날꺼라고 봅니다. 대신 새로운 기업을 인수한 대기업에게는 자산총량제를 적용해 골목상권에 침투했던 유통사업 등 낡은 사업은 팔고 그래야 중소기업도 그 자리에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금융권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해보입니다.

“인센티브보다는 경쟁을 시키는 겁니다. 체질을 바꾼 금융그룹은 살아남고 안그러면 다 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은행이 안주하면 우리 금융은 망하게 돼있습니다. 투자은행의 비중을 늘려야죠. 이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인터넷은행을 4~5개까지 늘리면 자연스럽게 금융권도 경쟁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해외 벤처캐피탈이 국내에 들어올수 있도록 과감하게 문을 열어야 합니다. 어항 속에 메기를 넣는 효과와 같은 것이죠. DJ시절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IMF가 우리 재벌 개혁을 강하게 요구해서 30대 재벌 가운데 16개를 제손으로 정리했고, 시중은행 8개를 4개로 통합했습니다. 우리 경제는 너무 오랫동안 경쟁이 없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