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송 장관 발언 추가 폭로 속 국방부 감사관 투입해 압박
기무사, 계엄문건 수사보다는 조직보호…특수단, 소환일정 재조정
국방부-기무사 진흙탕 공방… 계엄령 문건 규명 산으로 가나
국군기무사령부가 송영무 국방장관의 '위수령 발언'을 지속해 문제 삼는 가운데 국방부가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가는 등 양측의 힘 대결이 국방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의 계엄령 문건 수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무사는 과거 송 장관의 발언을 추가로 노출하면서 흔들기에 나선 양상이다.

국방부는 기무사를 상대로 계엄령 문건 감사에 들어갔다.

'쿠데타 음모'로도 해석될 수 있는 계엄령 문건 공개 이후 해체 수준의 개혁 압박에 직면한 기무사는 '조직보호'를 위한 사생결단의 자세로 버티고 있고, 국방부는 여기서 밀리면 '기무개혁'은 끝이라는 각오로 일전을 치르려는 모습이다.

기무사가 직속상관인 국방부 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송 장관은 강력한 지휘권을 발동하지 못하는 진흙탕 공방 속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국방장관의 '위수령 발언' 물고 늘어지는 기무사…추가 폭로
지난 24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100기무부대장 민병삼(육사43기) 대령은 "장관은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고,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공방은 1차전이었다.

기무사는 지난 9일 송 장관의 발언 내용을 민 대령이 기록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을 25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했다.

이는 당일 송 장관 주재로 국방부 실·국장 등 14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정리한 문건이다.

이 문건 공개로 기무사가 장관 주재 간담회 발언까지 소상하게 기록해 문건으로 남기는 것이 '기무사령부령'에 명시된 '첩보' 수집의 범위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기무사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문건에는 송 장관이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를 지칭)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 데, 용인할 수 없음.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어 "위수령 검토 문건 중 수방사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주었는지 모르겠음"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에 의욕적으로 매달리는 경위와 이런 송 장관을 기무사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하늘에는 국방장관, 기무사령관이란 두 개의 해가 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기무가 공개한 문건에 나온 장관 발언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국방부-기무사 진흙탕 공방… 계엄령 문건 규명 산으로 가나
기무사는 지난 5일 '촛불집회 때 군 출동 검토, 이번에 기무사 문건 나왔다'고 한 방송이 보도한 것과 관련해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만든 PG(언론대응지침) 초안 자료까지도 국회에 제출했다.

3가지 안으로 작성된 이 PG는 1안으로 "국방부는 기무사로부터 동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존재 여부를 보고받고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그 결과 조사 또는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명시돼 있다.

기무사가 이런 것까지 공개한 것은 당시 국방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위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각해 송 장관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국방부는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국방부 검찰단에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의 작성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 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문자를 전송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이 만든 PG 3가지 중 세 번째 안이 발송됐다.

◇ 기무사 향해 감사카드 꺼내든 국방부…감사관 3명 전격 투입
국방부는 26일 감사관 3명을 경기 과천의 국군기무사령부에 보냈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기무사·국방부와 각 부대가 주고받은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이후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이 기무사령부에 투입된 바 있으나, 이번에 재차 감사관들을 보내 추가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계엄령 검토 문건이 윗선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문서수발대장 확인 등에 집중해서 뒤질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기무사 조치 사항을 확인하려면 사령관실 등 핵심부서까지 뒤질 수밖에 없어 연일 폭로전에 나선 기무사 수뇌부를 손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기무사의 국회 국방위 답변 및 자료제출 등으로 촉발된 사태와 관련이 없다"면서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에서 문건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 한 번 더 크로스 체킹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기무사 진흙탕 공방… 계엄령 문건 규명 산으로 가나
◇ 특별수사단 계엄령 문건 수사에 부정적 영향줄까 우려
기무사와 국방부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별수사단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실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상황을 보면 그런 단면이 드러난다.

당일 증인으로 이석구 기무사령관(중장), 소강원 참모장(소장), 기우진 5처장(준장), 민병삼 100기무대장 등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이 가운데 소 참모장은 계엄문건 작성 당시 3처장으로 있으면서 14명으로 꾸려진 테스크포스(TF)를 이끈 당사자이고 그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기 처장은 계엄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회 증인 요청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도 모습을 드러냈다.

계엄령 문건 수사보다는, 일제히 국회 국방위 증인으로 나와 송 장관 흔들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특수단은 소환 대상자들의 소환일정을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수단은 수사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수단은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무사 요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정보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압수품을 통해 '스모킹건'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방부-기무사 진흙탕 공방… 계엄령 문건 규명 산으로 가나
앞서 특수단은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5처장을 포함해 기무사령부와 계엄 문건 작성 관련자 10여 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상세한 계획은 말할 수 없지만 소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