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명시한 합참의 계엄실무편람과 결정적 차이
임지봉 서강대 교수 "기무사 문건, 헌법 위반적 내용 담고 있어"
기무 문건,언론 등록취소도…합참 편람 "언론존립 관련조치는 불가"
기무사 계엄문건의 '국회무력화'… "쿠데타 시도로 볼 대표 사례"
작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시행 지침인 계엄실무편람과의 결정적 차이는 '국회 무력화' 시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무사 계엄문건에는 계엄시행 이후 국회가 계엄해제 표결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을 현행범 사법처리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담겼지만, 2016년 합참 계엄편람에는 계엄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명시돼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기무사 계엄문건이 계엄 주무기관인 합참의 관련 규정과 문서를 짜깁기한 '단순 검토' 문건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면서까지 계엄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무사 계엄문건은 실행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국방부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기무사의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계엄시행 중 국회가 임시회의를 소집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시도할 수 있고, 당시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면 계엄해제가 가능하다고 언급돼 있다.

심지어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에 대비해 299명의 국회의원을 진보성향 160여명, 보수성향 130여명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기무사는 우선 여당인 당시 새누리당을 통해 계엄의 필요성과 최단기간 내 해제 약속을 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을 세웠다.

불법시위에 참석하거나 반정부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집중적으로 검거한 후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야당 의원이 계엄해제 표결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한다는 구상이었다.
기무사 계엄문건의 '국회무력화'… "쿠데타 시도로 볼 대표 사례"
국회의장의 계엄해제 안건 직권상정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문건 작성 당시 국회의장은 정세균 전 의장으로, 기무사는 정 전 의장을 따로 설득하거나 최악에는 다른 야당 의원들과 함께 사법처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합참이 같은 날 공개한 계엄실무편람에는 이처럼 국회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군사자료인 계엄편람은 계엄업무 담당관에게 계엄의 개념과 계엄법을 이해시키고, 계엄시행 때 지구 및 지역 계엄사령부에 계엄시행의 기본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2년마다 발간된다.

계엄편람에는 계엄법 제13조에 따라 계엄시행 중에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계엄령이 발령된 상황에서도 신분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조치나 반정부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집중하여 검거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다.

헌법학자들은 기무사 계엄문건에 등장하는 국회 무력화 계획은 위헌적이며, 심지어 기무사 문건을 쿠데타 계획으로까지 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는 입장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야말로 명백한 헌법 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이라며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중 하나로 계엄선포권을 규정하고 있고 계엄이 선포되면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회에 대해서는 그런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헌법 제77조 5항에 국회는 계엄해제 요구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계엄해제 요구를 못 하도록 특별한 조처를 하려고 한 것은 위헌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전쟁 때도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계엄시행 중) 국회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내란죄의 기본요건인 '국헌문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 관련 부분은 (기무사 계엄문건이) 일종의 쿠데타 시도라고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계엄문건의 '국회무력화'… "쿠데타 시도로 볼 대표 사례"
한편, 계엄시행 중 보도검열단 운영과 보도검열을 위반한 언론사에 대한 조치도 기무사 계엄문건과 합참 계엄편람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계엄사령부가 언론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에 있다.

기무사 계엄문건에는 보도검열 지침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매체는 등록을 취소하고 보도정지 조처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합참 계엄편람에는 언론 및 출판기관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주는 조치는 계엄사령관 특별조치의 한계를 초월하고, 이런 조치는 법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문건에 언급된 국회 계엄해제 표결 차단 계획과 보도검열 지침 위반 매체 등록취소 등은 합참 계엄실무편람은 물론 2급 군사기밀인 합참 계엄시행계획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