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계엄 선포 가능 여부를 군이 가늠하겠다는 것"
"기무사 문건, 법령 자의적 풀이… 계엄사령관 권한 과대해석"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한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이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엄사령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은 '군사에 관한 사항'을 계엄사령관 전권 판단 사항으로 둬서 법령이 적어둔 계엄사령관 관할 사항을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건의문을 이미 완성해뒀다"며 "상황을 가정하는 것과 건의문을 미리 써두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고려 사항에 '군의 계엄임무 수행 능력' 등 군의 능력을 요건으로 뒀다"며 "군은 계엄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해 명령을 내리면 수행하는 존재일 뿐인데 군이 계엄의 주체로 자신을 스스로 상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이 문건이 권력 최고위층의 재가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센터는 "문건에는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한다' 등 대통령의 행동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며 "이는 대통령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문서의 최종 보고 체계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문건에 내포된 위험성이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센터는 "얼핏 보면 위험성을 알 수 없는데, 굉장히 위험한 시나리오"라며 "(2016년) 촛불 시위 때 국회에서 시위가 벌어진 적이 전혀 없는데도 문건에는 국회에 대한 기계화사단의 여단 투입 계획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군 출신 인사들은 '합참 계엄편람과 비교해 별 차이 없다'는 얘기도 한다"며 "물론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둔 것, 광범위한 계엄임무 수행군을 사령관 직할로 둔 것 등은 헌정 질서 문란"이라고 못 박았다.

합참의장이 맡아야 할 계엄사령관 자리에 육참총장을 앉혀 적법하지 않고, 실제 휘하 병력은 없이 장성들만 지휘해야 할 사령관에게 직할 부대까지 배정해 과도한 권한을 준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이는 헌정 질서 유지·회복을 위한 대응이 아니라 무력을 사용해 국가권력의 진공상태를 만들어두고 누군가 그 무주공산에 올라가려는 것"이라며 "실행됐다면 12·12 때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봤다.

전날 국방부가 기무사 작성 계엄검토 문건(A4용지 8페이지)에 딸린 군사 2급비밀 '대비계획 세부자료'(A4용지 67페이지)를 평문으로 분류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언론 통제, 국회 장악 계획 등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