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은 구두 굽·막걸리집에서 함께 사진… 지역민에 비친 노회찬
23일 갑작스러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이하 의원)의 별세소식에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주민들은 비통해 마지않았다.

창원성산구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정치를 시작한 노 의원과 별다른 인연은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는 2016년 4·13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근로자들이 많은 창원성산을 지역구로 택해 당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을 꺾고 3선에 성공했다.

지역민들은 노 의원이 자신을 진보진영 최초의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창원성산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훈 변호사는 노 의원을 정이 많았던 사람으로 회상했다.

그는 "막걸리 집에서 노 의원과 술을 한잔 마시면 아는 척을 하는 분들이 진짜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전부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하면서 언제나 정답게 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의원이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굽이 닳은 낡은 구두를 신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다고 전했다.
닳은 구두 굽·막걸리집에서 함께 사진… 지역민에 비친 노회찬
문상환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교육부장은 고인을 약자 편에 섰던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정치인 중에서도 노사 다툼이 있는 사업장을 누구보다도 많이 방문하셨던 분이었다"며 "특별한 사전 연락 없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뙤약볕 아래 농성 중인 경남 도청 앞 성동조선해양 노조 천막을 방문해 지친 노조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동조선해양 회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 의원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침울 해했다.

지역 시의원들은 고인이 배울 것이 많은 정치인으로 기억했다.

최영희 창원시의원(정의당 창원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은 "항상 똑같은 신발, 같은 셔츠를 입고 새벽 6시 반에도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뵙곤 하셨다"며 "지역에서 10분, 20분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려고 하루에 비행기를 세 번이나 탈 때가 있을 정도로 지역구와 서울을 바쁘게 오갔다"고 말했다.

노 의원 지역구민인 한은정 창원시의원(민주당 원내대표)은 "간담회에 가보면 쉬운 말로 정책을 이야기해 참 듣기가 편했다"며 "가령 원자력 발전 폐지를 설명할 때는 '지금 당장은 저렴해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원전을 줄여야 한다'고 알기 쉽게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 의원이 창원에 내려와 도시가스 인하, 쓰레기봉투값 인하 등 생활정치를 한 점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닳은 구두 굽·막걸리집에서 함께 사진… 지역민에 비친 노회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