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2배 수준의 생활폐기물 …위헌 요소·이미지 손상 등 문제 산적
환경단체 "제주도정, 일관성 있는 환경정책 펴야 도민·관광객 설득 가능"


돌·바람·여자 많던 제주도가 쓰레기·사람·자동차로 넘쳐나는 신 삼다도(三多島)로 변하고 있다.
쓰레기·사람·자동차 넘쳐나는 '제주'… 환경세 부과 성공할까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가 없던 삼무(三無)의 섬은 생활폐기물과 환경 훼손, 교통난으로 신음하는 삼난(三難)의 섬이 됐다.

급기야 제주도는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비책으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본격화했지만 섬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 제주 환경보전 위한 '부담금' 성공할까
도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해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무리하고, 예상 부과금액을 책정했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쓰레기와 하수, 대기오염, 교통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사람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원인자부담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로 들어오는 모든 관광객의 항공요금 등에 '입도세'를 물리는 게 아닌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숙박·전세버스·렌터카 사용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기본 부과금은 숙박 1인당 1천500원, 승용 렌터카 1일 5천원, 승합 렌터카 1일 1만원, 전세버스 이용요금의 5% 수준이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3박 4일 제주 여행을 하면 숙박에 따른 부과금 1만8천원(4명×3박×1천500원)과 승용 렌터카 이용에 따른 부과금은 2만원(4일×5천원) 등 총 3만8천원을 내게 된다.

여행 방법과 체류일수 등 관광객 개별 사정에 따라 부담금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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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수한 환경보전기여금은 전액 환경보전 및 개선과 생태계 복원 사업 등에 투입한다.

생태관광 육성 사업, 생태환경해설사 육성 등 환경부문 공공일자리 창출 사업에도 활용한다.

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정비를 완료하고 징수 시스템을 마련해 이르면 2020년부터 도입할 방침을 세웠다.

일종의 입도세 부과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9년 당시 강신익 도지사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을 넘는다며 1인당 1천원의 입도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2년에는 입도세 형식의 '환경자산보전협력금' 도입을 추진한 데 이어 이듬해 환경기여금 명목으로 항공요금 등의 2% 범위 안에서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 쏟아지는 논란·우려…어떻게 하나
"그래. 제주도 갈 때 돈 낼게! 너희도(제주도민도) 올 때 돈 내라!"
제주도의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추진 기사가 나가자 다른 지역 누리꾼들의 감정이 섞인 반대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나왔다.

기사에 1천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원색적인 비난과 '다시는 제주 안 간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최근 열린 제주도의회 제362회 임시회 기간 제주도를 대상으로 주요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도의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에 위헌 가능성이 있고, 괜한 논란을 만들어 제주의 이미지를 흐린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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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성민 도의원은 "과거 학교용지 부담금 사례처럼 기본금 부담관리법은 위헌 요소를 해결하지 못하면 통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헌 여부를 놓고 관광객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은 몇 년 후에야 가능한데 벌써 이슈를 만드는 바람에 제주 이미지만 깎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강연호 도의원은 "제주의 가치를 지키자는 취지이지만 실상은 쓰레기와 하수처리 정책에 대한 실패를 도민과 관광객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환경보전을 돈과 결부시키는 이중과세는 더 많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문종태 도의원도 "렌터카 1일 5천원∼1만원 상품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배보다 배꼽이 큰 요금에 관광객 불만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숙박업과 렌터카 업체 등 개별 관광사업체들에 징수부과 책임을 넘기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반대와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도 내외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환경보전기여금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도정의 일관성 있는 친환경정책 선행돼야"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광객과 이주인구의 증가로 도내 생활폐기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일 기준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011년 764.7t에서 2015년 1천161.5t으로 4년사이 51.9% 증가했다.

제주의 생활폐기물 관리구역 내 인구비중은 전국의 1.2%에 불과하지만 2015년 기준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전국의 2.3%를 차지했다.
쓰레기·사람·자동차 넘쳐나는 '제주'… 환경세 부과 성공할까
주민등록상 거주인구 대비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운 생활폐기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5년 기준 제주 인구와 방문객 수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연간 제주에 상주하는 인구는 제주도민 77.3%(63만1천453명), 관광객 22.7%(18만5천649명)였다.

도는 당시 생활폐기물 지방비 관리예산(1천231억여원)의 22.7%인 279억여원이 제주방문 관광객으로 인해 증가한 생활폐기물 지방비 관리 예산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주도 주민과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유사하다고 가정할 경우 나온 추정치다.

사람들이 관광지에 갔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이에 따른 더 많은 생활폐기물을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운 폐기물 배출량은 납득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주도정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도민과 관광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친환경'을 부르짖으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사업을 방치하는 등 제주도정의 환경보전 정책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전 세계인이 찾을 수 있는 친환경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일 때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쓰레기·사람·자동차 넘쳐나는 '제주'… 환경세 부과 성공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