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타당성 놓고 국제 여론 악화 가능성 의식했을 개연성
기무사 '계엄 홍보 외교' 구상했나…외신기자 설득도 포함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이른바 '계엄 문건' 부속 자료에는 국제 여론을 상대로 한 '계엄 홍보전' 구상도 담겨 있어 주목된다.

기무사가 작년 3월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군사외교를 담당하는 주한 무관들과, 한국 소식을 세계에 알릴 외신기자들에 대한 대응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계엄 문건 세부자료에는 "국내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단, 외신기자 대상으로 계엄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외교활동 강화 내용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제 여론은 대체로 비폭력적이고 질서 있게 진행된 최순실 사태 관련 촛불시위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결국, 작년 3월 시점에 기무사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계엄 홍보전을 생각한 것은 계엄령 발동시 세계 각국과 외신들이 그 타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계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으려면 일단 군 채널을 통해 세계 각국과 소통하고 외신을 상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 군을 대표해 주한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들을 상대로 홍보전을 하겠다고 쓴 것은 계엄령하에서 군이 외교권까지 장악한 상황을 상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외교부가 계엄 홍보활동을 하게 시킬 수도 있는데, 군이 1차적으로 각국 무관들을 불러 직접 계엄 홍보활동을 하겠다는 취지같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사는 "계엄령 하에서는 군이 행정을 다 장악하게 되니 외교도 장악하는 것이고, 각국의 주한 대사들에게 설명하기에 앞서 일단은 무관들을 중심으로 1차 설명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