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90m 길이의 한 선박이 석탄 적재작업을 위해 노란색 크레인 옆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관측됐다. /VOA 홈페이지 캡처
지난 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90m 길이의 한 선박이 석탄 적재작업을 위해 노란색 크레인 옆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관측됐다. /VOA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따른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으로 반입된 데 대해 우회적인 경고를 보냈다. 한국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미 양국 간 대북제재 공조 움직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20일 북한산 석탄을 선적한 선박 두 척이 한국 항구에 입항한 사실을 보도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입항한 선박들에 대해 억류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에 연루된 주체들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입항한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데 대해 “안보리 결의상에 불법행위와 관련된 선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억류할 수 있다”며 “이 건과 관련해 우리 관계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조사와 함께 적절한 조치가 검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근거를 우리 정부가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판단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이번에 문제가 된 ‘리치 글로리’호를 지난 3월에 이미 불법 선박으로 지목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라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문제가 된 2척의 선박은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20번 넘게 한국 항구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정부가 해당 선박들의 한국 입항을 계속 내버려둘 경우 미 정부 측에서 직접 항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우리 정부에 제재 위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