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순직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 추락사고 헬기는 지난 6월 말부터 기체 진동이 심해져 집중 정비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20일 “마린온 2호기는 매 50시간 비행마다 정기 점검을 했고 150시간 이상 비행 경험이 있다”며 “모든 항공기가 진동이 있다고는 하는데 6월 말부터 진동이 평소보다 심해져서 집중 점검을 하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마린온 2호기는 지난 1월10일 해병대 항공단에 인수된 뒤 사고 직전까지 150시간 넘게 시험비행을 했다. 7월 초에 150시간을 채워 마지막 정기점검을 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평소보다 기체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져 이 때부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집중 정비가 시작됐다.

마린온 2호기는 사고 당일인 지난 17일 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주관하는 정비를 마친 후 진동 문제가 보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시험비행 자격증을 소지한 조종사만이 시험비행을 할 수 있어 비행대장인 김모 중령이 조종했다. 부조종사를 비롯해 총 6명이 헬기에 함께 탑승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이정도 진동은 이륙해서 시험비행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험조종사가 탑승해 이륙했던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린온 2호기는 지상 약 3.3m 높이에서 5분가량 ‘하버링’(Hovering·제자리비행)을 한 뒤 관제소의 비행허가를 받고 이륙했다. 이륙 후 지상 10m 높이에 이르렀을 때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기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탑승했던 6명의 장병 중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마린 2호기의 기체 진동 문제는 평상시에도 고질적인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서 근무하다가 한 달 전 만기 전역한 병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2호기는 결함 때문에 못 나가고 1호기가 대신 나가곤 했다”며 “2호기는 거의 뜬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 헬기 사고가 났다는 보도를 봤을 때 2호기라고 바로 생각했다”며 “덜덜 떨리는 문제(진동)가 있었는데 간부들끼리 ‘언젠간 사고 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 2호기 밖에 없을 때는 거의 매일 시험비행하고 점검하고 했는데 1호기는 괜찮았지만, 2호기는 가끔 운행할 때도 있었지만 거의 뜨지 못했고, 정비사가 거의 매일 정비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해병대는 사고 직후 곧바로 육·해·공군 합동으로 항공기 운용 및 항공기 사고조사 분야 전문가들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비행·정비·일반분야 등 3개 분야로 나눠 조사를 진행 중이다.국방기술품질원 직원 3명이 조사위원에 포함됐으나 조사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배제됐다. 기품원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에 참여했다.

조사위원회는 현장조사와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자료 등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항공기에 탑재됐던 비행기록장치 등을 회수해 복원하고 있다.

해병대는 “조사위원회는 기초조사를 완료한 후, 정밀분석 및 사고원인 도출과 검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조사위원회에 감사원을 참여시키고, 유족들의 요구를 수용해 민간 전문가의 참가도 허용하기로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