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사진)이 연일 개헌 의지를 밝혔다. “선거제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등 야당이 요구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중대선구제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보였다.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선 “대명천지에 깜깜이 돈, 쌈짓돈이라는 말 자체가 있어선 안 된다”며 국회개혁을 천명했다.

◆개헌 강조한 국회의장

문희상 의장, 개헌 드라이브… "권력 분산에 대한 국민 합의 있다"
문 의장은 18일 국회 취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 안 된 채로 촛불혁명의 완성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1인 체제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제헌절 기념 행사에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데 이어 또다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인’ 문희상은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정치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 ‘균형과 견제’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연이은 개헌 발언에 정치권에선 입법부 수장으로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말한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 지도부와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 의장은 평소에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다”며 “역대 대통령마다 불행을 겪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4당 대표가 확실히 소통하고 역지사지의 마음만 가지면 (연내 개헌안 마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이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득표수에 비례하는 원칙(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국민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의 지지를 확보해야 협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활비 제도 수술할 듯

‘여의도 포청천’이라는 별명답게 문 의장은 국회개혁을 위해 칼을 꺼내들 것임을 선언했다. 우선 특활비 논란과 관련, “목표는 특활비 폐지와 획기적인 제도 개선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필요한 돈이라면 원칙적으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고 증빙서류가 첨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활비) 용도를 꼼꼼히 검토해 부득이한 경우에 필요한 액수 외에는 과감히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문 의장은 “국회는 원래 시끄럽게 떠들고 싸워야 한다. 국회가 싸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며 “토론과 대화를 하고 결론을 내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꽃이자 보루인 국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문 의장은 협치, 일 잘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등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상시국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에 앞장서겠다”며 이를 위해 국회 소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하고 법안소위도 정례화해야 한다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개선 방안에 대해선 “당리당략과 특정인의 문제 때문에 법사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문제”라며 “원래의 입법 취지에 따라 법사위를 운영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