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김정은 부자, 외부의 조롱·위협을 먼저 거론해 유머·대범 이미지 노려
CNN "이번 폼페이오 방북은 '최악'이라고 보는 게 백악관 분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붙인 별명인 '로켓맨'이 마음에 안 드느냐고 물었더니 김 위원장은 아니라고 답했다고 미국의 CNN 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로켓맨 별명이 마음에 안 드나?"에 김정은 "아니다"
이 방송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김정은 대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어디에서 생각해냈는지 아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모른다고 답했고,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이라는 엘턴 존 노래를 아느냐고 물은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모른다면서 엘턴 존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엘턴 존을 모른다는 대답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람 노래, 정말 좋다.

그 노래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장 최근 방북 때 '로켓맨' 노래가 포함된 CD를 들고 간 연유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 '로켓맨' 대화는 김 위원장이 시작했다고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지난해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 자신을 '로켓맨'으로 부른 사실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첫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면담했을 때도 그를 보자마자 폼페이오 장관이 중앙정보국(CIA)장 시절 자신을 제거할 필요성을 시사한 발언을 먼저 끄집어 내고는 폼페이오 장관이 "난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농담으로 응수하자 "나하고 이렇게 배짱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서로 웃어넘긴 일이 있다.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위협하거나 조롱한 발언들을 먼저 꺼내는 대화 기법은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외에 외부 세계의 동향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위협과 조롱들을 웃어넘길 만큼 대범하고 유머가 있으며 솔직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때 남측 방북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키가 난쟁이 똥자루만 하지요"라고 스스로 비하했는가 하면,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선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에 사의를 표명하자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뒹굴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라고 답했다.

자신에 대한 건강이상설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농담거리로 삼음으로써 대범, 솔직, 직설 등의 이미지를 만들거나 반전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CD를 갖고 갔다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폼페이오 장관이 "어른스럽게" 잘 판단한 것이라는 등의 엇갈린 평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대해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측은 그냥 쓸 데 없는 짓만 하고 일을 진척시키려 하는 진지함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백악관의 분위기는 이번 방북을 "최악의 상황(as badlly as it could have gone)"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