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국한 예멘인 486명의 난민 처리 문제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여야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변인의 ‘입’을 동원해 논평을 쏟아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야 모두 눈치만 보는 양상이다. 대신 개별 의원들의 난민법 개정안 발의만 이어지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난민 신청 남용 방지법’을 발의했다. 난민 심사 전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제도 악용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난민심사 회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난민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가짜 난민’ 처벌 등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난민 신청 철회로 간주할 수 있는 사례를 더 늘리고 난민심사 기간 단축, 난민 브로커 처벌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가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주도록 하고 있다. 또 한국 정부(법무부)에서 ‘난민인정증명서’를 받으면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고 취업허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유엔 난민협약에 따른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제정된 것으로, 한국이 난민 유입 경험이 없을 때인 2013년 도입됐다. 대규모 난민 유입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안과 현실이 상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난민을 접해보지 못한 탓에 사회적으로 난민 문제를 어떻게 대비할지 논의가 부족했고 국회에서도 숙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