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기업도 대통령 메시지 '촉각'…검찰 압수수색에 "별개 사안"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중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고용과 투자 확대를 직접 당부하면서 삼성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견 격려의 인사말을 겸한 원론적 당부로 받아들여지지만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10일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및 경력사원 공채를 늘리는 한편 국내에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주요 그룹을 잇따라 방문해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상생 협력 등을 당부하고, 총수급 인사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했으나 삼성은 대상에 빠져있었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LG그룹 구본준 부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1월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에 이어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6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을 만났다.

삼성 측은 그러나 이런 관측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 추이를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모습이다.

복수의 계열사 임원들은 "투자와 고용은 기업의 기본이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노력에 기여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섣부른 대응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대기업들도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삼성을 방문하고 이 부회장을 접견하며 투자와 고용을 당부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인도 국빈 방문 일정이 대부분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 이튿날인 이날 오전 검찰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당혹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당부와 검찰 수사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일선 기업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잦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 문대통령 '고용·투자 확대 당부'에 화답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