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각 1천억 이상 사용…구체적 내역은 비공개
김해영 "대폭 삭감하고 철저히 통제해야"
기무사 특활비 올해만 215억… 국회 특활비의 3.5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매년 2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정치에 관여하고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이 '깜깜이 예산'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해 247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이는 지난해 국방부 전체 특수활동비 1천814억 원의 14%에 가까운 수치로, 최근 국회사무처가 참여연대에 공개한 2011~2013년 연 평균 국회 특수활동비(약 80억 원)나 올해 국회 특수활동비(62억 원)의 3배가 넘는다.

기무사는 올해도 215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년 대비 13.3% 감액됐으나, 여전히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비밀리에 쓰고 있다.

올해 국방부 전체 특수활동비가 1천480억 원으로 크게 깎여 기무사 특수활동비의 비중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기무사 특수활동비는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4년을 통틀어 각각 1천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달리 외부 감시와 통제의 그물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일각에서는 기무사가 국방부 직할 군 정보기관으로 기밀을 요하는 정보 수집, 범죄 수사 활동을 맡고 있는 만큼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군사정보활동을 위한 특수활동비를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해왔다면, 국회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 등이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검토해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기무사는 지난 정부 시절 국정원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처럼 일반 시민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벌이고, 보수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 유족을 불법 사찰하고, 각종 집회에 대응해 병력 출동을 검토한 사실까지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기무사에 대해 해체에 버금가는 전면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무사의 특수활동비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계엄령 문건까지 작성한 기무사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여론이 높다"며 "우선 연간 200억 원이 넘는 기무사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무사 특활비 올해만 215억… 국회 특활비의 3.5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