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을 잡아가던 여야의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상임위원회’로 법사위를 꼽으면서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야는 8일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막판 신경전을 벌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금요일(6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운영위는 민주당, 법사위는 한국당 쪽으로 가닥이 잡혀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막판 실타래가 꼬이는 분위기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법사위를 지키겠다”며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가 사실과 다른 합의 내용을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박 대변인은 “20대 전반기에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전례에 따라 후반기에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야당이 된 뒤 비효율적 상임위 운영의 극치를 보여준 한국당은 법사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선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법사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전반기 국회에 대한 ‘트라우마’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동안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조차 이유도 없이 계류시키는 행태를 반복했다”며 “운영위를 희생해서라도 법사위는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최악의 경우 법사위를 야당에 양보하더라도 한국당은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박 대변인이 ‘한국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0대 국회 개원 당시 한국당은 국회의장을 양보하고 법사위를 맡았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법사위 운영위까지 독식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정부와 의원들이 발의한 934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사위는 국회 내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최종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국회 내 상원(上院)’ ‘게이트키핑 상임위’ 등으로 불린다.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 위해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상임위다. 이전까지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다가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으나 중간에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공수가 바뀌었다.

여야는 법사위를 어느 정당이 가져가느냐는 쟁점을 제외하고 전체 상임위와 국회부의장 배분과 관련해선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8개, 한국당이 7개, 바른미래당이 2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1곳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노동현안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원장과 알짜 상임위로 꼽히는 국토교통위원장은 후반기 국회에서 야당에 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노위는 한국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지만 지망하는 한국당 의원이 많지 않은 게 원내대표단의 고민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