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북한 평양에 도착해 1박2일간 미·북 정상회담 후속조치 논의를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세 번째 방북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해 얼마나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미군 유해 송환 외에 다른 합의는 도출하지 못해 ‘빈손 회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폼페이오, ‘北 약속’ 얼마나 얻어낼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전용기편으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등이 마중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은 김영철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다. 당시엔 하루 일정이었고 1박2일간 평양에 머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핵 시설 공개와 사찰, 핵시설 추가 폐기 등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날 순안공항엔 그간 폼페이오 장관의 대화상대였던 김영철 외에 이용호도 나와 폼페이오를 맞이했다. 이 때문에 정통 외교관 출신인 이용호가 비핵화 후속회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도착에 앞서 이날 경유지인 일본 도쿄 인근의 요코타 주일미군 기지에 들렀다. 그는 취재진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북한과 미국 정상 간 나눈 약속의 세부 내용을 채워 넣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시설 공개에 관한 첫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 결과는 미·북 협상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폐기 의도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핵 은폐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김정은, 정말 다른 미래 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5일(현지시간)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 연설 행사를 위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이동하면서 기내에서 “그(김정은)와 악수했을 때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이 북한의 다른 미래를 보는 게 사실이 아니라면 우린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은폐설에 대한 질문엔 “두고 보자”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는 건 북한이 미사일을 한 발도 쏜 적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할 뻔했고 만일 그랬다면 5000만 명을 잃었을 것”이라며 “내가 취임한 뒤 8개월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반미 군중집회를 열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이며 북한의 대미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