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특수활동비가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실상 ‘노는 상임위’인 윤리특별위원회나 연중 2~3개월 가동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매월 600만원 상당의 특활비를 지급받은 행태를 두고는 정치권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하지 않는데도 마치 당연히 가져가야 한다는 듯 ‘제2의 월급’처럼 돼버린 게 문제”라며 “영수증 첨부를 제대로 하면서 실제로 일하는 데 돈을 사용했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개점 휴업에도… 상임위원장, 月 600만원씩 특활비 '펑펑'
◆업무 안 했는데도 월급처럼 받아가

참여연대가 5일 공개한 자료(2011~2013년)에 따르면 당시 여야 교섭단체 정당 대표(원내대표)는 특수활동을 했는지에 관계없이 매달 4000만~6000만원을 수령했다. 각 상임위원장은 월 600만원을 받았고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은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이날 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들에게 확인한 결과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 특활비 규모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장이었던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5개월 동안 매달 600만원 총 3000만원을 받았다”며 “매달 150만원을 간사 세 명(민주·한국·바른미래당)에게 50만원씩 활동비로 주고 100만원은 정무위 행정실 운영비(회의지원 목적)로 지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윤리특위, 예산결산특위 등 비상설 특별위원회까지 상설 상임위와 동일한 특활비를 받아왔다는 데 있다. 의원 품위 유지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윤리특위는 20대 국회 들어 의원 징계가 한 건도 없었고, 회의도 거의 열리지 않았다. 예결위는 내년도 정부 본예산 심사 기간인 가을 2~3개월만 한시적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특활비는 1년간 매월 지급됐다. 상설 상임위도 국회 내 회의가 열리지 않는 홀수 달(정기국회 기간 9~12월은 제외)은 회의가 없어 특활비를 받을 이유가 없지만 이 기간에도 매월 특활비가 지급됐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특활비는 국가 기밀이나 비밀을 요하는 업무에 한해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국회는) 월급처럼 꼬박꼬박 지급된 경비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특활비 규모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임위원장은 “저도 매월 600만원을 수령한 게 맞고 간사 의원들, 행정실 운영비용 등으로 나눠줬다”며 “회의를 여러 차례 하면서 경비가 적지 않게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쌈짓돈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돈이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십 차례 회의를 하면서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야, “제도 개선 필요…” 폐지엔 난색

참여연대의 특활비 자료가 공개되자 여야 정치권은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앞다퉈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정의당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폐지에는 모두 난색을 나타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그동안 특활비 운영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내세운 바 있는 정의당은 목소리를 더 높였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 때 국회 특수활동비를 제외해야 한다”며 “지금도 특정업무경비나 업무추진비 등 여러 명목으로 떳떳이 쓰고 투명하게 관리할 방법이 있다”고 말해 특활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이달 특활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처럼의 지출은 지양돼야 하고 영수증 증빙을 포함한 많은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대한민국의 모든 기관의 특활비 운영 실태와 제도개선 방향을 국민에게 온전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 당장 국회가 선도적으로 특활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부정적인 기류를 보였다.

박종필/임락근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