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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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사업 당시 수자원 확보량을 8억톤으로 정하고 낙동강 최저수심을 6m로 고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운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운하를 전제로 4대강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통치 차원'이란 단어를 앞세워 4대강사업을 통한 수자원 확보량을 8억톤으로 정하고 낙동강의 최저수심을 6m로 고집했다.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최소 수심이 6m가 돼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 중단을 발표 뒤에도 4대강사업과 관련된 사업 지시를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대운하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이 전 대통령은 국토부에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해 보라고 지시하면서, 당초 사업에 없던 "준설, 보 설치로 수자원을 확보하라"고 지시내렸다. 국토부가 제방, 댐걸설 위주의 계획을 보고한 직후 다시 내린 지시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팀장을 역임한 장석효씨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 했다. 국토부는 장씨 등 대운하설계팀, 대통령실 행정관들과 만나 보 위치와 규모, 준설 규모 등에 논의했다.

대운하설계팀은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1m 확보하고 보를 6개 설치해 수자원 5억톤을 확보하자"는 계획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등 기획단은 "사실상 운하와 마찬가지 사업이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토부는 낙동강 최소수심을 6m로 하는 것은 '사실상 대운하'라고 보고, 대통령에게 최소수심을 2.5∼3m로 하면 홍수예방·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고 추후 3∼4m만 준설하면 기술·경제적 어려움 없이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당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후 정부에서 운하를 추진하게 된다면 향후 추진에 방해되도록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최소수심을 보고 당일 3∼4m, 보고 다음날 4∼5m로 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두 달 뒤 국토부가 "낙동강 최소수심을 4m로 하고, 수자원을 4.9억톤 확보하겠다"고 다시 보고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자원은 10억톤, 적어도 8억톤은 필요하다"고 지시했고, 추후 "낙동강 최소수심을 6m로 확보하라"고 추가 지시를 내렸다.

특히 2009년 4월21일 국토부 차관주재 긴급회의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은 "통치 차원에서 향후 부족한 물 확보 필요 인식. 유역 중심의 검토에서 하도 중심의 검토로 변화 필요. 물그릇(수자원확보량)을 4.8억톤에서 8억톤으로 늘려야 한다"고 대통령실 협조 당부 사항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결국 낙동강의 최소수심은 대통령보고 및 지시 과정에서 2.5∼3m→4m→4∼6m로 변경됐다.

당시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당시 대통령께서는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운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셨던 것은 사실"이라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대통령실 지역발전비서관 역시 "당시 대통령이 운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돼 위와 같이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이 전 대통령이 이처럼 '관심'을 가지고 4대강 관련 지시를 계속해서 내리자 대부분 그대로 수용하고, 이의제기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결론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운하를 하려고 4대강사업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논란이 많았던 문제라 가능 범위에서 확인하고자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협조해주지 않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 "국토부는 낙동강 최저수심을 6m로 하는 것은 국민이 대운하로 인식할 수 있어서 그렇게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6m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