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사·판결 근거로 "한국 정부 불법행위로 1천880억 피해"
엘리엇 이어 삼성 관련 두번째 투자자소송 절차…소송액 1조원 육박
헤지펀드 메이슨 "삼성합병으로 피해"… 정부에 ISD 예고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기를 예고했다.

삼성 합병 관련해 외국계 투자자가 ISD 절차를 밟는 것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어 두 번째다.

법무부는 메이슨이 지난달 8일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 통보다.

중재의향서를 접수하고 90일이 지나면 ISD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가 이날 한미 FTA 협정문에 따라 공개한 중재의향서에서 메이슨은 "한국정부의 불법행위로 메이슨이 삼성 투자에서 입은 손해는 1억7천500만 달러(약 1천88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라고 밝혔다.

엘리엇이 주장한 손해액 6억7천만 달러(약 7천182억원)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삼성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율은 엘리엇이 7.12%, 메이슨 2.18%였다.

두 기관 모두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합병을 반대해왔다.

메이슨은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발표됐을 때 애널리스트들은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책정하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책정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면서 "합리적인 삼성물산 주주라면 그런 조건의 합병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슨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삼성 합병이 성사되도록 한 정황을 열거했다.

메이슨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을 언급하며 "복수의 체포와 형사소추, 유죄 선고는 문 전 장관을 포함한 박근혜 정부가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표결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드러냈다"라고 말했다.

이런 메이슨의 주장은 지난 4월 엘리엇이 중재의향서에서 밝힌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금융가에서는 엘리엇이 이르면 이달 중순 ISD를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6개 부처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응단을 꾸려 삼성 합병 관련 ISD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