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벽은 시민단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정권 교체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보탠 각계 시민단체가 권력집단이 돼 기득권 보호 등을 위해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어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출신 인사를 대거 앉힌 참여연대가 대표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각종 규제 강화 방안 등을 담은 90개 과제를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가 당시 제안한 △법인세 인상 △복합쇼핑몰 진출 규제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재벌 지배구조 개선 △가계 통신비 인하 △최고이자율 인하 △임차상인 보호 확대 등 규제 강화 과제 중 상당수는 현실화됐거나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개인정보 활용 범위 확대 등을 주제로 열기로 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지난달 27일 회의 당일 전격 취소된 것도 참여연대의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회의 취소 이튿날인 28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 경제정책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실련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규제혁신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지난달 “정경유착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냐. 회동을 즉각 취소하라”고 했다. 결국 이달 초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연기됐다.

김대중 정부부터 추진된 투자개방형 병원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의료 관련 시민단체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좌초됐다. 제주도에 들어설 예정이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정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을 놓고 “규탄한다. 더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라”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