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없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20대 후반기 국회(2018년 6월~2020년 5월) 정상화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장 공백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등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여야는 ‘동상이몽’ 수준의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6월까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마치지 못한 것은 2002년 16대 후반기 국회 이후 16년 만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태풍 때문에) 신임 광역·기초 단체장들이 취임식까지 포기하고 민생을 챙기는데 국회만 밥값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야당과 재개하는 원 구성 협상을 하루빨리 타결하는 것이 시급하며, 늦어도 이번주에는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만을 위해 원구성 협상에 힘써달라는 점을 야당에 거듭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오는 9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7일 제헌절 일정을 감안하면 이번주에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은 원구성 협상보다 개헌론 군불 때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원구성 협상은 언급하지 않은 채 “개헌은 촛불의 명령이라던 민주당이 그사이 명령을 까먹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몇 달 전만 해도 관제개헌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야4당을 반개헌세력으로 몰아붙이던 민주당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국민개헌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 되자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야3당 공동으로 수차례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만악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선거 비례성 대표를 강화하기 위해 개헌과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야권이 개헌론을 제기하는 배경을 두고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을 축으로 하는 ‘개혁입법연대’에 맞서기 위해 보수 야권으로선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