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성의 구본태 부상(차관)이 2일 오전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차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뤄진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북·중 경제협력 논의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대기 중인 중국 측 차량을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구 부상은 방중 기간 중국 정부 인사들과 만나 농업·철도·전력 등 분야에서 양국 경제협력과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상은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했으며 당시 북한의 행사 준비 책임자로 활동했다. 같은 해 북한 경제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투자무역 박람회를 참관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이뤄진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 회담에도 배석했다.

구 부상의 이번 방중은 지난달 19일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대외경제성 부상이 왔다는 것은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제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김정은의 3차 방중 이후 북한 관광 재개 및 대북 항공노선 증편 등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푸는 조치를 내놨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김정은이 3차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제재를 조기에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성명안을 배포했던 것도 김정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이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잇따라 시찰한 것 역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 1년을 맞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을 (남북한)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그런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번영의 핵심은 남북 경협”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대북 제재가 어느 정도 해제돼 남북 경협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이미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