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핵신고는 "불완전"…당시 이 문제 다룬 사람들 거의 전부 만나 조언들어
북한내 유해 있는 외국들에도 송환 사업 참여 요청…"약속대로 군사연습 일시중단했으니 북한도 약속 신속 이행 기대"


내주 방북할 것이라고 보도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핵무기·시설 신고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 후 북미 간 후속 협상을 위한 그의 방북 의제와 관련, 주목된다.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핵신고관련 힐 전차관보 만나 상의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무부 예산소위 청문회에 출석, 과거 북핵 협상 때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에 관한 질의에 당시 북한의 핵 신고가 불충분했던 게 사실이라며 "나는 과거 이 (신고)문제를 다뤘던 사람들을 거의 전부 만나본 것 같다"며 "크리스(토퍼) 힐은 지난주에 또다시 만나 얘기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 샤힌(민주) 의원이 '내가 알기론 과거 협상 때 북한이 핵 목록 제공을 꺼렸다'고 상기시킨 데 대해 "당시 북한의 핵 시스템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얻어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작은 단편들, 일부만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해 힐 전 차관보 등을 만나 북한의 핵 신고 문제에 관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추측된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 2008년 6월 중국 대표단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핵 시험에 사용한 플루토늄 양 등 중요한 내용이 담긴 핵신고서를 전달받았으나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것이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후 이 핵 신고를 바탕으로 한 검증 단계는 그해 8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뇌출혈 또는 뇌졸중 등의 요인으로 인해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청문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진행 중인 실무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북한이 이 청문회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추후 비공개 설명 기회로 넘겼으나, 협상의 일부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편린들을 제공했다.

특히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문제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2가지 기회"를 시작할 것이라며, 일부 유해를 송환받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이뤄질 것이고, 그러나 과거부터 이 일에 관여해온 단체 등과 함께 더 많은 유해를 찾아내기 위한 일도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있는 미군 유해를 모두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미군 외에) 외국 군인들의 유해도 거기에 있으므로, 그 외국들에도 참여토록 요청했다"고 밝혀 유엔군으로 참전한 자국 군인들의 유해가 북한에 남아 있는 나라들과 공동으로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 이행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인준을 받기 위해 "의회에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척 슈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시한 '좋은 합의'의 틀을 추구할 것이냐는 린지 그레이엄(공화) 의원의 질의에 "나는 이미 3번이나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강조하고 "내가 결혼 서약을 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한에서 북한의 핵무기 외에 화학무기와 생물무기도 폐기 대상에 포함할 것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 "어떠한 우주 발사체"든 이를 포함한 탄도미사일의 시험 유예와 궁극적인 미사일 프로그램 해체,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든 사찰 허용 등이 합의에 담겨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한·미 합동 군사연습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의 일시 중단 조치를 들어 "북한의 요구 사항들을 우리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만큼, 북한 역시 비교적 신속하게 (자신들이 약속한 것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대"라고 말했다.

을지 프리덤 가디언 일시 중단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상급 합동 연습들에 대해 약속"한 대로 "우리는 지금 2개의 연례 대규모 연습 중 하나를 일시 중단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