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규제개혁 점검 회의 취소 후폭풍

내각에 연일 십자포화
李총리 "계획 아닌 결과를 내라"
홍영표 "공직사회 보신주의 일신을"

'멘붕'에 빠진 정부 부처
회의 취소 배경 파악에 분주
'미흡' 내용 뭔지 놓고 갑론을박

靑·총리실 협공에 당혹
"기업이 철폐 요구하는 규제들
대부분 국회서 법안 통과 안돼"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與의원·시민단체 반발로 지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예정된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돌연 취소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각의 무사안일주의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이날 회의를 준비한 정부부처는 “사전보고와 당정협의까지 마쳤는데…”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 논의가 당정 간 ‘네 탓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리·여당 ‘부처 때리기’

이 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부처들로부터 받은 사전보고에 결과와 계획이 함께 있었는데 결과가 훨씬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기업 경영자나 창업 희망자 등이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관계 부처의 악전고투와는 별도로 현장에서는 규제가 혁신되고 있다는 실감이 적다”며 “그래서 훨씬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날 규제개혁 점검회의 취소를 건의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부처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여당도 정부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소극적인 생색내기로 규제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전날 규제점검 혁신회의 취소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일신(一新)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행안부 “당황스럽다”

정부 부처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의 취소 후 각 부처 관계자들은 서로 “너희 보고가 문제였던 것 아니냐”, “총리가 △△부처 보고 내용에 진노했다는데 사실이냐”며 취소 원인을 놓고 수소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 부처는 아직도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게 정확히 뭔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회의에서 핵심 의제 안건인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배·소유금지) 완화’ ‘개인정보의 빅데이터 활용’ 보고를 하기로 돼 있던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당혹감이 크다. 하지만 정작 이들 부처도 회의가 취소된 후 문제점에 대한 질책이나 재보고 요청을 받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국회와 밀도 있는 논의를 했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며 “안건이 문제였다면 재검토를 지시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당이 내부 반대 목소리를 조율하지 못하고 힘없는 정부 부처 탓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당 강경파는 은산분리나 개인정보 빅데이터 활용 확대 허용 등 규제 완화는 ‘대기업 특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은산분리 완화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물론 개인정보 빅데이터 활용에도 부정적이었다.

◆“산업 육성 골든타임 놓친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개혁 점검회의 취소를 단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개혁이 왜 안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빅데이터 활용의 경우 야당 시절 민주당이 법 개정을 막은 사안”이라며 “정부·여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국민에 대한 약속이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여당 내부에서도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전날 회의 취소는) 당내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질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규제개혁은 속도인데 규제를 풀 당사자들이 책임 돌리기로 산업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원격의료처럼 여당과 지지층이 반대하지만 육성이 필요한 산업의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 당사자들이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혁신성장을 담당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습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혁신성장본부 워크숍에 예고 없이 참석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일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부문의 혁신성장뿐 아니라 정부 내 실질적 변화도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는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어도 좋다”며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미현/고경봉/박신영/김우섭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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