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들, 헌재 결정에 환호…"헌재가 강력한 메시지 전한 것"
반대 쪽 "종교적·신념적 병역거부라고 해야…병역법 처벌조항 합헌 결정 환영"
"대체복무 길 열렸다" vs "병영 내 대체복무 의미"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제를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주장해온 단체들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받았던 이들이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전쟁없는 세상·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군인권센터 등은 28일 오후 병역법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온 직후 헌재 앞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으로 병역거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활동가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홍정훈 씨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결정은 헌재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반드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인 홍 씨는 "여기 오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며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015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던 김형수 씨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은 반갑고 환영할 일"이라며 "대체 복무제가 도입되면 (병역 거부자들도) 얼마든지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가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된 이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정문 앞에서 서로 끌어안고 환호하며 기뻐했다.
"대체복무 길 열렸다" vs "병영 내 대체복무 의미"
헌재는 이날 병역법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는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한 결정이다.

다만 헌재는 대체 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 복무제 도입을 뼈대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그간 남북 분단을 이유로 억눌리고 침해됐던 인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헌재의 판결을 계기로 국회가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군 복무와 유사하거나 군 복무를 지원하는 형태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종교적 병역거부'로 규정하며 반대해온 바른군인권연구소·자유와인권연구소·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 단체들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일단 입영을 해서 (병영 내에서) 복무를 대체하라는 취지"라며 헌재의 결정을 다르게 해석했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한효관 대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는 대체 복무제에 대한 내용을 병역법에 넣으라는 것인데, 입영조차 하지 않는 대체 복무제가 생겼다는 것은 (헌재의 결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군인권연구소 김영길 대표는 "병역법 처벌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부분에 무게를 뒀다.

김 대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병역 거부자 대부분은 특정 종교 소속이고, 엄밀히 말해 종교적·신념적 병역거부라고 불러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대체복무 도입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날 병역법 처벌 조항에 합헌 결정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환영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