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제13차 제주포럼서 특별 강연

美가 '게임의 규칙' 어겨
국가안보 위협과도 무관
할리데이비슨 공장 이전은 무역전쟁 폐해 시작에 불과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 국가
美·EU 등보다 파장 더 커
亞도 역내 무역체제 갖춰야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2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차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2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차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승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장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안보 위협과도 무관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수백만 개의 미국 내 일자리만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무역전쟁 촉발”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평화연구원과 한국경제매거진 공동 초청으로 열린 제13차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대담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가 맡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의 자유무역 체계는 지난 70년에 걸쳐 각국의 상호 이해관계에 맞게 만들어졌고, 관세율은 계속 낮아져 왔다”며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무역 규칙과 협정을 어기는 나라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무역전쟁은 실질적인 전쟁”이라며 “모든 사람이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보복 조치를 하는 주자는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는 미국의 교역 의존도를 생각했을 때 의미가 없고, 국가 안보 위협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무역체제)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정책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민법 등 정책이 파장이 있었지만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출 의존적인 한국이 가장 취약”

크루그먼 교수는 “국가 간 관세 보복 조치가 지속되면 세계 평균 관세율은 1930년대 수준인 40%로 치솟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세계 교역량이 (지금보다) 3분의 2 정도 감소해 1950년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후퇴하는 과정은 한꺼번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유무역체계 구조를 와해시키려는 움직임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수출 의존적인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무역전쟁에 더 취약하다”며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수출입 교역량이 두 배 정도 많은 한국은 글로벌 무역전쟁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역 교역량을 늘리는 것이 이런 현상에 대한 버퍼(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도 EU처럼 역내 무역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이 전날 EU의 보복 관세를 피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폭풍이 몰아치면 이는 시초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서만 500만∼700만 명이 일자리를 새로 찾아야 하는 등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험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주=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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