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경제 참모진의 핵심인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동시 교체한 것은 ‘경질’ 성격이 짙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고용과 분배지표가 악화하는 등 성과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다.

특히 경제수석에 예상을 깨고 전문 관료 출신을 기용한 것은 그동안 학자 출신 참모진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현장 경험’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일자리수석에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앉힌 것 역시 부진한 일자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의중이 실렸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정책의 핵심 참모 동시 교체는 앞으로 민생경제와 일자리 정책에서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임 청와대 수석비서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임 청와대 수석비서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靑 “정책 속도감 있게 추진”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윤종원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 정책에 관한 한 기획재정부 내 최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실력은 물론 추진력도 뛰어나다. 학자 출신인 홍장표 전 수석의 대타로 윤 수석을 기용한 것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 설명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수석에 대해 “OECD 대사로 지내면서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등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분야 국정과제의 지속적인 추진과 산업통상 금융 재정 등 다양한 현안을 통합·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도 청와대가 도맡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수석이 정책 이론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혁신성장에도 적극 관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험 풍부한 '관료 출신' 경제수석 발탁… "속도감 있게 성과 낼 것"
◆“일자리 가시적 성과 내라”

고용지표 악화는 현 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지점이다. 일자리수석을 맡게 된 정태호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내는 등 오랜 기간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최측근 인사다. 임 실장이 “정치권에서 상당히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는 분”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정무와 정책 두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인사를 청와대 고용 책임자로 앉힌 것은 일자리 악화를 막고 가시적 성과를 빨리 내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 설명이다. 임 실장도 정 수석에 대해 “정책기획비서관 시절 주요 국정과제를 기획하고 실행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보다 속도를 내라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변함없이 추진

일부에선 관료 출신 기용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계기로 정책 방향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소득주도성장을 더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 정책) 기조를 변경하기보다 ‘조금 더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내자, 다시 긴장하자, 새롭게 활력을 부여하자’는 취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시킨 것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홍 전 수석에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란 자리가 주어졌다. 경질 인사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한 배려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경제팀 구도 변화 생기나

관료 출신이 경제수석을 맡으면서 경제팀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그동안 장 실장 주도의 청와대 경제라인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 갈등설이 끊이질 않았다.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세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일선 부처는 따르기만 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기재부 출신인 윤 수석이 경제라인에 합류하면서 청와대 경제라인과 내각 간 가교역할을 도맡아 경제팀 전체의 소통에 창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일각에선 기재부의 힘이 더욱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수석이 정책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에까지 청와대 간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임도원/조미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