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외사공작회의서 "외교도 당 영도노선 철저히 따르라" 지침
전문가들 "권력 중앙집중 드라이브 일환…외교 장악력 높일 듯"
'미중 무역갈등 속 일사불란한 외교 정책 구사' 의지 해석도


집권 2기를 맞아 '시황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거머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에서도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최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공작회의에서 중국 외교와 관련된 당과 정부의 모든 기관은 당의 영도 노선을 철저하게 따르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22~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앙 외사공작회의에서 외교 정책에 대한 당 중앙의 영도력은 확고하게 지지를 받아야 하며, 모든 외교 업무는 당 중앙위원회의 전체 계획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외교는 국가의 의지를 대표하며, 외교 권력은 당 중앙위원회에 속해야 한다"면서 외교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군, 지방정부의 모든 외교 관련 부서는 이런 당의 외교 관련 지침이 완전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시 주석은 주문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지시는 중국과 미국이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황제' 시진핑, 외교에서도 중앙집권적 권력 행사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미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특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이 다음날 새벽 같은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세율의 특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면서 심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내 외교 및 통상 정책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더욱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산업 정책을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온건론이 맞서 왔기 때문이다.

이번 중앙 외사공작회의에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 사실상 중국 외교안보팀을 총괄하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등이 참석했다.

중앙 외사공작회의는 지난 3월 열린 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후 새롭게 출범한 조직으로, 중국의 최고 외교·안보 정책 결정기구다.

기존의 당 중앙 외사 영도 소조의 권한이 강화된 것으로 당과 국무원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중앙 외사공작회의를 처음으로 소집해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를 통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이번 중앙 외사공작회의를 통해 외교에서도 강력한 중앙집권식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마이클 포브릭 국제위기그룹(ICG) 수석 고문은 "이것(시진핑의 지침)은 당내 권력을 중앙집권화하고 정부와 모든 기관에 대한 당의 우위를 재확인하기 위해 거는 드라이브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외교지침을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광저우(廣州) 중산대학의 팡중잉(龐中英)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에는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관련돼 있어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에 책임이 있는 다양한 기관들 사이에 좀더 원활한 협력을 위해선 집중화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학회의 덩위원(鄧聿文) 연구원은 "과거에는 외교 업무와 관련된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여러 기관이 정책 이행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하지 못했다"면서 "왜냐하면 각각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도 당은 외교정책을 담당했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교에 대한 당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덩 연구원은 "모든 것과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당의 영도력이 거듭 강조되는 정치적 환경에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집권 후 중국 공산당은 모든 분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東西南北中,黨是領導一切的)"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중국 국가주석이 했던 말로, 정부·군·민간단체 등 각계각층과 중국 전역에 걸쳐 모든 일을 공산당이 결정권을 갖고 처리한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미 '당 핵심'으로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당의 영도는 시 주석 개인의 영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오쩌둥에 이어 중국을 사실상 통치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을 견인한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은 결정권이 당 중앙에 있지만, 다른 의견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지난 3월 제13기 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부여 받았다.

특히 제13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음만 먹으면 '종신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연임 제한이 원래부터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