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은 정치가 아닌 행정가…민심이 요구하는 보수는 달랐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불합리…특정 액수 아닌 '범위'로 제시해야"
조은희 서초구청장 "25개구에 점 하나… 나도 박 시장도 시험대에"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유일의 보수 구청장'이 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한국당 구청장이 그저 점(點) 하나가 된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초구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저도 박원순 서울시장도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재선 임기 시작을 일주일 앞둔 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독재라 해도 독재는 독재"라며 "소수당 의견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박원순 시장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싹쓸이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서초구에선 지역구 시의원 4명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서초구의회(13석) 민주당 의석도 4석에서 6석으로 늘었다.

한국당 구청장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셈이다.

그는 "주민들은 선거에서 정치가를 뽑은 게 아니라 행정가를 뽑은 것"이라며 "(시장과 당이 다르지만) 서울시와 잘 협력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구청장은 한국당 현직 구청장 중 가장 늦게 공천을 받았으나 서초구의 한국당 정당 득표율보다 17.6%포인트 많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당 투표는 민주당에 하고, 구청장은 한국당 후보를 찍은 던진 교차투표 유권자가 상당했다는 뜻이다.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첫 여성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조 구청장은 여름철 폭염을 막아주는 횡단보도 그늘막, 한파를 막는 버스정류장 추위 대피소, 모든 출산가정에 지원하는 산모 돌보미 등 생활 밀착행정으로 호평받았다.

선거 때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는 '서초당(黨)' 소속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중도층 표심을 공략했다.

"정치의 틀 속에서 생각하는 '보수'와 민심이 요구하는 '보수'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 거리를 좁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25개구에 점 하나… 나도 박 시장도 시험대에"
서초구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단지가 많은 만큼 조 구청장이 당면한 현안 역시 재건축이다.

그는 "국토교통부의 부담금 산정 매뉴얼은 합리적이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담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미래 아파트값'은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특정 금액을 통보하기보다는 레인지(범위)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조 구청장은 "지금 같은 부담금 통보는 좋게 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뿌리내리기 위한 극약 처방이지만,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구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현실적 적용 방안을 국토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국가에 절반이 귀속되고 서울시가 20%, 관할 구청이 30%를 가져간다.

서울시 귀속분을 강남·북 균형 발전에 쓰겠다는 박 시장 공약에 대해선 "균형개발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한 재원을 지역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서초구 내에도 주거환경이 열악해 정비해야 할 곳이 많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꼽히는 생활 밀착행정을 재선 임기 때도 이어간다.

우선 모든 가정에 라돈 측정기 공유 서비스를 하고 어린이집·학교에 라돈 보안관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로당에는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그는 "치매·건강진단, 추억의 영화상영, 댄스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나이는 많지만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가 모인다"며 "경로당을 제대로 만들면 복지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