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北 일반 가정 조사…인트라넷 접속 가능 가정은 1.4%로 미미
제왕절개 분만은 13%, 모유수유는 70% 이상…"北당국, 조사에 진지·공개적 태도"


북한 일반 가정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률은 각각 94.1%, 98.2%로 100%에 가깝지만, 컴퓨터는 18.7%로 뚝 떨어지고, 인트라넷(인터넷은 접속 불가)에 접속할 수 있는 가구는 1.4%에 그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가정 컴퓨터 보급률 19%…15-49세 절반은 휴대전화 소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해 북한 통계 당국과 함께 북한 전역에서 8천500 가구를 대상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종합지표를 조사,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 당국과 동시에 발표한 통계 자료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자료는 북한 어린이의 발육 저해, 대변의 비위생적 처리로 인한 식수 오염과 그에 따른 어린이 설사병의 정도 등이 우선 주목받았다.

그러나 북한 일반 가정과 사회에 관해 파악하거나 입수하기 어려운 각종 지표도 이 통계에 포함돼 있어 앞으로 북한 사회 분석에 유용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북한에서 일반 가정의 컴퓨터 보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지만, 15~49세 사이의 남녀 중 이 조사 실시 이전 3개월 사이에 컴퓨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남자 44.2%, 여자 32.8%로 나타났다.

직장 등에서 사용 경험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15~49세 중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절반이 넘어 남자 55.7%, 여자 47.9%로 나타났다.

역시 이전 3개월 사이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남자 88.8%, 여자 82.5%로 보유 비율에 비해 크게 높았다.

그러나 인트라넷의 경우 접속할 수 있는 가구도 미미하지만, 이전 3개월 사이 사용 경험도 남자 11.6%, 여자 5.2%일 정도로 매우 낮았다.

15~49세 남녀에게 9가지 컴퓨터 관련 활동을 제시하고 최소 한가지라도 해본 경험을 조사한 정보통신기술(ICT) 항목에선 남자 41%, 여자 30.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후 1년 내 영아 사망 확률은 1천 명 당 12명, 5년 내 사망 확률은 1천 명 당 15명으로 조사됐다.

15~49세 기혼 여성 중 자신이나 배우자가 현대적이거나 전통적인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70.3%에 이르고, 지난 2년 사이에 정상 출산한 15~49세 여성 중 제왕절개로 출산한 비율은 12.9%로 나타났다.

월령 12~23개월 영유아의 결핵 예방접종률은 99.6%, 경구용 소아마비 예방약을 3번째까지 투여한 비율도 98.9%에 이르는 등 영유아에 대한 주요 예방접종은 100% 가까이 이뤄지고 있다.

6개월 미만의 영아로 모유 수유만 하는 비율은 71.4%, 모유 수유를 주로 하는 비율은 77.9%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육과 관련해선, 7∼14세 취학 어린이의 93.3%가 성적표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있고, 87.4% 학생의 성인 가구원이 학생들의 학업과 관련, 교사와 상담했다고 밝혔다.

73.3%의 학생은 가정에서 학교 숙제를 하는 데 부모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1∼14세 어린이 중 59.2%는 이전 한 달 사이에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체벌이나 심리적 벌을 받은 일이 있다고 답했다.

5∼17세 어린이 중 유니세프가 정한 특정 연령대 기준치 이상의 경제활동이나 가사, 위험한 작업 등을 한 아동노동 비율은 5.1%로 나타났다.

부부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15~49세 남녀 가운데 "부인이 말도 없이 외출하거나 아이 돌보기를 소홀히 하거나 남편과 다투거나 남편과 잠자리를 거부하거나 음식물을 태울 때 남편이 부인을 때려도 괜찮다"고 밝힌 응답자는 남자 7.6%, 여자 9.6%로 여자가 더 많게 나왔다.

유니세프의 카린 헐쇼프 동아시아 국장은 이 통계 자료를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9년 전 유사한 조사를 할 때 비해 이례적으로 "진지하고 공개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헐쇼프 국장은 또 기자들이 통계 수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해 유니세프 전문가들이 이 조사의 설계에서부터 분석까지 관여하면서 북한 현지에서 북한 조사원들을 교육하고 다른 자료들과 비교도 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