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그대들에게'… 유언집 남기고 영면한 김종필 전 총리
23일 숙환으로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란 제목의 유언집을 남겼다. JP 남긴 유일한 대중서인 이 책을 통해 ‘영욕의 정치적 거목’답게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전하고 있다.

JP는 “이 나라의 수장들과 정치인들의 공과를 엄격하고 구분되게 평가하자”고 말했다.박정희 정권도, JP 자신도, 전두환 정권도 모두 공이 있고 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했다. JP는“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해 임기 중 파면이 된 것을 보며 ‘정치는 단념의 기술’”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치란 해야 할 일은 어김없이 해내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단념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JP는 “역사란 해서는 안 될 일을 함으로써 저지르는 과오들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 빚어지는 잘못들의 기록들이며, 일의 완급과 선후를 가려 순리에 맞게 다스리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어제는 어제의 논리로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바탕이 돼 오늘이 이뤄진 것이므로 과거를 그대로 두고 공으로든, 과로든, 받아들여 전승하거나 또는 배척하거나 둘 중 하나로 판단하고 행동해야한다”고 충고했다.

JP는 정치적으로는 대개 보수의 입장에 서 왔었다. 하지만 그는 “보수가 늘 보수 그대로 있으면 연못이 썩는다”고 지적했다. JP는 궤멸수준의 지방선거 참패를 당한 보수 정치권에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를 때 보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 전통, 즉 보수를 가지고 지신(知新)하는 것을 취하면 여기서 개혁적 보수라는 말이 나온다”며 “보수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P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초심을 품고 과거 정치인들로부터 다시금 지혜를 배울 때”라고 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과오로부터 냉철함을 배우고, 해리 트루먼에게서 시대의 지도자상을 깨닫기를 바라며, 존 F 케네디에게서 불꽃같은 열정과, 윈스턴 처질의 위대한 봉사의 의미를 새기고, 샤를르 드 골에게서 애국의 길을 들여다보라고 했다.끝으로 우리 역사의 슬픔을 담고 있는 인물, 영친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거짓 슬픔’에 대해 경계도 당부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