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당의 정체성에 ‘진보’라는 표현을 명시하면서 내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동 당시부터 보수 이념을 사수해 왔던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이념투쟁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월 창당 선언문에서 당의 정체성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당 소속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들이 1박2일간의 워크숍을 거쳐 지난 20일 내놓은 ‘반성과 다짐·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합리적 중도’에서 ‘합리적 진보’로 문구가 수정된 것이다.

그러자 바른정당 출신인 이지현 비상대책위원은 21일 “워크숍 과정에서 전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 위원은 “당시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였지만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한 번에 조율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비대위원과 의원 전원이 함께 회람하고 의견을 내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인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장일치란 있을 수 없다. 우리 당에 분명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과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있으니 그걸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