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파 의원 모여 혁신안 논의…김성태 힘실어주기 분석
당내 비판론 여전…"혁신안 내용·절차 모두 문제 있다"
'친박 대 비박' 계파싸움 재연 가능성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내놓은 혁신안을 놓고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날 오전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모임에 김 대행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출발부터 된서리 김성태 혁신안… 계파 갈등 조짐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 20여명은 '중앙당 축소 및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김 대행의 혁신안을 중심으로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김 대행은 이 자리에 참석해 혁신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 대행의 혁신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오히려 김 대행의 혁신안보다 더욱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복당파 의원들이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행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탈당했다가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당에 복귀한 복당파다.

복당파인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유일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주체는 김 대행이고, 김 대행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당의 혁신과정에서 동력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김 대행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전에 혁신안을 제시한 데 이어 복당파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절차상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의원은 김 대행이 혁신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면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다.

이런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로 본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혁신안의 내용을 떠나서 김 대행이 혁신안을 낸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초선 모임에 참석한 한 복당파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 사진이 퍼지면서 갈등의 불씨를 부채질했다.

휴대전화 메모 사진을 보면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당내 친박계를 강력히 견제하는 듯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하겠다고 저러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조만간 김 대행이 내놓은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개최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의총이 열리면 케케묵은 계판 간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전에 한차례 모여 당의 진로를 논의했던 초선 의원들이 오후에 또다시 긴급 회동하기도 했다.
출발부터 된서리 김성태 혁신안… 계파 갈등 조짐
중앙당 해체라는 해법을 두고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당 해체는 집권당 9년을 거치면서 비대해진 중앙당 사무처 기구를 슬림화하겠다는 의미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무를 집행하기 위해 중앙사무처를 두고, 중앙사무처에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홍보본부장을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대표 직속으로 당무감사위를 두고, 당원협의회에 대해 당무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당 기구는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단점도 있다.

한선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권에서 가장 비효율·고비용 구조가 바로 중앙당"이라면서도 "가히 혁명적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중앙당 해체 움직임과 관련해 당 사무처 노조위원장이 김 대행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당을 슬림화하는 차원에서 사무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행은 SBS의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왜 중앙당에 고용돼 있는 사무처 요원들을 1차 희생양으로 삼겠나"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