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7월 나토 정상회의서 푸틴과 첫 양자회담 추진"
김정은 손잡은 트럼프, 다음은 푸틴?… 미러 정상회담설 '모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여세를 몰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첫 양자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리와 여러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가 열리는 유럽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 외교 무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적은 있지만, 푸틴 대통령과 따로 양자회담을 한 적은 없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시리아 사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핵심 참모와 국무부의 회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리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다자 경제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난 후 그를 백악관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참모들이 여기에 비중을 두지 않으면서 초청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정상회담 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들에게 올여름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올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 추진은 '강력한 지도자'들끼리의 담판을 통해 난마처럼 얽힌 양국의 외교 문제를 단숨에 풀어낼 수 있다는 나름의 전략과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주요 8개국(G8)에서 축출된 러시아를 다시 G8에 복귀시키려는 의지도 최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가 (G8에서) 나가 있는 것보다는 들어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 관계인 국가들과 급속한 관계 개선을 추구함으로써 코너에 몰린 국내 정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를 무역전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그의 공격적인 통상정책도 재선으로 가는 주요 길목인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카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 내에서는 미러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이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무부 고위 관리는 "나는 우리 대통령을 러시아식 별장 얘기나 나누는 만남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은 대사관 레벨의 실무적인 얘기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러시아 전문가 앤절라 스텐트는 "두 정상이 만남 후 '시리아 문제나 우크라이나 대테러 문제로 협력하겠다'는 정도의 말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합의한다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알맹이 없는' 만남의 가능성을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