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 런던에 있는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 런던에 있는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영국의 보수당은 1834년부터 당명 변경 없이 뿌리 깊은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정치 1번지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정당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나라 정당들의 ‘롤모델’로 여겨져 왔다.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보수당의 생존 비결로 ‘가치와 철학’을 꼽았다. 그는 “영국은 물론 각 나라 보수 정당들은 개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가족 공동체의 가치와 법의 보호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며 “이 원칙만 제대로 따른다면 모든 보수 정당이 지지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보수 열풍… 한국만 예외

클리프턴브라운 의원은 전 세계 중도·중도우파·보수정당의 회의체 국제민주연맹(IDU) 부의장을 맡고 있다. IDU에는 영국 보수당을 비롯해 미국 공화당, 독일 기독교민주당 등 50여 개 정당이 소속돼 있고 자유한국당도 가입돼 있다. 그는 IDU에서의 인연으로 김세연 의원 등과 19대 국회 때부터 활발히 교류하며 한국당을 지켜봐 왔다고 한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도 반(反) EU 정서가 확산되고, 미국도 공화당이 집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보수 정당이 잘 해내고 있다”며 “한국에서만 보수 정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리프턴브라운 의원은 “보수당이 확고한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당의 정책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원칙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가 긴 정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원칙만 고수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반영해 나가는 ‘잔잔한 진화’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위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고 회고했다. 1997년 총선 패배로 300석이던 하원의원 의석이 160석으로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많이 걸려 지지세를 회복했다”며 “국민에게 알맞은 정책을 찾고, 소셜미디어로 지지층을 겨냥해 홍보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우려 노력하니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 2010년 총선에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에 대해 “이 같은 과정을 한국의 보수 정당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프턴브라운 의원은 “젊은 층에 호소력을 갖춘 새로운 정책,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英보수당, 가치·원칙 지키며 개혁… 젊은층 파고들 정책 펴야"
◆의견 갈리더라도 가치는 지켜

영국 보수당도 이번 5·3 지방선거에서 위기를 겪었다. 특히 2014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 지방선거 흐름을 좌우하는 최대 이슈였다. 집권여당인 보수당은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영국 정가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여론의 역풍으로 보수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지만, 지방의회 의석은 4년 전 선거 대비 31석 감소하는 것에 그친 1330석을 지켜내는 ‘선방’을 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59석 늘어나 231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는 “예상보다 선전해 다행”이라며 “여론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경제부문 정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당 내에서도 브렉시트에서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 기본적인 가치와 철학이 동일하다는 점 때문에 당론을 쉽게 모으고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다음 총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런던의 살인적인 집값 문제는 선거 때마다 이슈가 돼 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 당이 하우징 플랜을 마련해 주택 공급 정책을 적극 내세우고 있지만 집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당들은 젊은 사람의 표를 얻으려면 부동산 문제와 높은 대학교 학자금 문제에 대해 수준 높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런던=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