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은 김정은… 푸틴·아베 "나부터 만나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에게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평양 방문을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몸값이 오른 김정은이 한반도 주변 4국 정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김정은의 방러를 재차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러 정상 회동 시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오는 9월11~13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의 방러를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더 적극적이다. 교도통신은 15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은이 9월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 북·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때 북·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미·북 회담 개최 전부터 북한에 수차례 북·일 정상회담을 열자고 요청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러시아와 일본의 요청에도 미·북 회담 이후 김정은의 첫 정상외교 행보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북 회담 때 싱가포르와 북한을 오간 김정은에게 전용기를 빌려주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장소는 평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두 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모두 중국에서 열린 데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1차 북·중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평양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

김정은의 미국행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김정은을 초청했다. 김정은은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유엔 총회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은이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면 백악관 방문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백악관 방문을 제안했고 김정은도 이를 수락했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대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해주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결과적으로 핵을 가진 김정은이 한반도 주변 4국 정상과 회동 순서를 저울질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