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를 비롯해 자유한국당에 불어닥친 잇따른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당내외 인사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당의 기초 다지기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미래에 당을 이끌어갈 ‘정치 신인 발굴’ 노력이 부족하면서 인물난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감을 구하기 위해 네 차례나 삼고초려해 겨우 공천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당이 정치 신인 발굴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류석춘 당 혁신위원장은 “정치 신인의 정치권 입성 기회를 늘리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축소하고 우선추천공천(전략공천)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다. 경선 대신 전략공천을 대거 적용했지만 그 기회가 정치 신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먼저’라는 대의 앞에 그간의 모든 약속은 “일단 선거부터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묻혀버렸다. 당세가 기울어 정치 지망생의 지원이 뚝 끊긴 것이 원인이다. 결국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등 전직 광역단체장 출신 중진급 정치인을 대거 공천했다.

한국당은 매년 정치에 관심있는 4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정치대학원’을 운영해왔다. 당헌·당규에 따라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의 기구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 등 선출직에 공천을 받아 정치인으로 성장한 사례는 드물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각당이 ‘올드보이 공천’을 반복하는 이유는 지도부가 선거 승리라는 단기 성과에 몰입해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에서 성장한 당원 대신 명망가 위주의 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