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정계 개편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참패한 한국당 안팎에서는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대통합, 보수 개혁을 이끌 외부인사 수혈에서부터 사실상 당을 해체하고 보수 세력이 한데 모이는 ‘빅 텐트론’까지 백가쟁명식 방법론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은 한국당이 틀을 유지한 채 자체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일부 중진의 의견도 있어 당 개편을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14일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사퇴로 당분간 비상체제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지도부 줄사퇴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분간 대표 권한대행으로 비상체제를 이끈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김 대행이 위원장을 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존재감을 보인 김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과 “김 대행 역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서다. 비대위 체제를 누구를 중심으로 꾸릴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보수진영은 긴 암흑기로 들어갔다”며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뼈대를 다시 세우긴 힘들다”고 말했다.

외부인사를 수혈해 당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2인자였다는 점, 김 전 교수가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다는 점을 두고 고민이다. 또 여태껏 외부인사에게 운전대를 맡겨 당이 혁신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징검다리형 비대위원장으로 6선의 김무성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보수진영의 ‘궤멸’은 막아야 하는 만큼 보수 대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대거 참여하는 보수 빅 텐트론이 방안 중 하나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한국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이후 범(汎)보수진영으로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북 안보 이슈에 함몰된 당 노선을 이번 기회에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북한 평화 무드로 보수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안보 이슈를 진보진영에 빼앗긴 만큼 앞으로는 보수의 전통 가치인 ‘시장 보수’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기존의 보수 가치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본래 보수는 자유를 중시하는 진영인 만큼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시장 보수로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