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차량을 통해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차량을 통해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보수 정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북(부·울·경)’에서조차 표심이 돌아서며 더 이상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당 내에선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변화하지 못한 한국당을 향한 분노가 역대급 패배로 이어졌다”며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혁신을 위해 한동안 어지러운 당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홍 “나라 통째로 넘어갔다”

홍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오늘부로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한 뒤 55일 만에 당대표로서 정치 전면에 나섰던 그는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홍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 당협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사실상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아 가는 모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홍 대표는 지난 13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한국당의 완패가 감지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이라는 글을 올려 사퇴를 암시했다. 앞서 그는 줄곧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까스로 TK(대구·경북)지역 2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빅 텐트’에서 당 해체까지 해법 난무

이날 한국당 지도부 전원도 홍 대표와 함께 물러났다. 수장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로 했다. 당내에선 참패 공동 책임이 있는 김 원내대표가 ‘비상체제’를 이끄는 것에 일부 불만이 나왔지만 당헌상 당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원내대표가 빈자리를 채우도록 돼 있다.

김 대행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보수진영 전반에 대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보수 정치세력과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빅 텐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해법이 갈린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당대표를 선출하자는 의견부터 범보수 대통합, 한국당 해체론 등 각자 이해득실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떠돌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사퇴→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과 같은 구태 방식으로는 민심을 되돌려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다음 총선 그리고 향후 보수 정당의 미래를 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동안 혼돈의 시간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한국당의 지방 조직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며 “당 해체 등 ‘죽어야 산다’는 생각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면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