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 방한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미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 방한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미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 것이 증명될 때까지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대북 영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러 “제재 완화” 한목소리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도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 등 보상의) ‘순서’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되기 전에 경제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해준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이 신속한 비핵화를 원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어떻게 믿고 검증하겠느냐’는 지적에도 “미·북 회담에서 대화 모멘텀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북 회담으로 대북제재 공조 체제가 흔들릴 상황을 우려한 듯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비핵화 로드맵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인데도 벌써부터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대북제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비핵화와 경제제재는) 쌍방향으로 진척돼야 한다”며 “우리는 그런 (제재 해제나 완화) 방향으로의 조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앞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북 회담 직후 논평에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재조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는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을 만나 회담을 통해 미·북 회담 결과를 공유한 뒤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영향력 확대 위한 포석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급진전되더라도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북한 경제는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중국과 북한의 경제적 협력 관계는 훨씬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은 미·북 회담 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이후 북·중 간 신밀월 관계가 형성됐다. 지난 3월 김정은의 첫 방중 이후 북한 접경지대에서 중국의 관리 감독은 상당히 느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이고 동맹 차원에서 군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동맹의 문제는 철통같은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모든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북·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본인의 책임으로 납치문제를 해결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포함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형태로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채연 기자/오춘호 선임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