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시장' 적극 부각했지만 민주당 기세 넘지 못해
유정복 '친박' 굴레 못 벗고 인천시장 재선 실패
인천시장 재선을 노리던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14일 개표 마감 결과, 유 후보는 47만937표(35.44%)를 얻어, 76만6천186표(57.66%)를 얻은 박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번 인천시장 선거는 '친박(친박근혜)' 대 '친노·친문(친노무현·문재인)' 후보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하고,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대조적인 이력을 지니고 맞붙었다.

'친박 대 친문' 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의 압승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일 잘하는 시장'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유 후보의 저력도 만만치는 않았다.

유 후보는 인천시 재정 건전화, 영종∼청라 제3연륙교 건설,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루원시티 건설 등 해묵은 현안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당이 아닌 민선6기 성과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인천 출신 최초 인천시장으로서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 인천 7대 주권 회복 운동, 애인(愛仁·인천사랑) 정책 등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며 인천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주력한 점도 적극 부각했다.

유 후보 캠프에서는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이끈 조직력을 바탕으로 역전승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유 후보는 1995년 김포군수 선거, 1998년 김포시장 선거, 2004년·2008년·2012년 17∼19대 총선, 2014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내리 승리를 따냈다.

특히 2004년 총선 땐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여파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거의 전멸하는 상황에서도 승리를 일궈냈다.

당시 인천·경기 61개 의석 중 한나라당 초선 당선인은 유 후보와 한선교 후보 2명뿐이었다.

그러나 유 후보가 아무리 '선거의 달인'이라고 해도 민주당의 기세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특히 선거 막판 인천을 비하하는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이 같은 당 대변인에게서 튀어나오는 악재까지 겪으면서 추격의 동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

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당분간 휴지기를 갖고 향후 진로에 관해 장고를 할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서는 유 후보가 군수·구청장·시장을 전국 최연소로 역임하고 3선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경륜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 뒤 2020년 총선에서 그의 고향 지역구인 중동강화옹진 또는 인천시청을 지역구에 둔 남동갑 선거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종료에 따라 직무정지가 해제된 14일 발바닥 물집 상처 때문에 하루 휴가를 냈다.

그는 잔여 임기를 보내고 이달 30일 퇴임하게 된다.

유 후보는 감회를 묻는 연합뉴스 질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