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해 ‘기호 7번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을 지낸 ‘친문(친문재인)’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향후 야권의 대권 주자에 한층 다가섰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원 당선자는 무소속으로 남아 지사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당선자 부부가 13일 제주시 이도동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당선자 부부가 13일 제주시 이도동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13일 오후 10시 개표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원 당선자는 “권력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 도민만 의지하고 도민만 바라보며 가겠다”며 “더 청렴한 모습으로, 더 정직한 모습으로 진심을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통해 제 삶과 지난 정치 과정을 뼈저리게 되돌아보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여정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권력을 만드는 것도, 권력을 바꾸는 것도 도민이고 권력을 통해 제주도의 위대한 업적을 만드는 것도 도민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당선 이후 당직을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선된 뒤에도 계속 무소속으로 갈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원 당선자는 “정당과 진영의 울타리를 넘어 제주의 인재를 포용해 ‘제주 드림팀’을 만들어 도정을 운영하겠다”며 “도민과 약속했듯이 도민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지사 선거는 ‘바람’이 거센 제주답게 그 어느 지역보다 혼전을 거듭했다. 민주당은 ‘여풍(與風)’이 약한 제주를 잡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6·13 지방선거를 9일 앞둔 지난 4일에는 제주시에 있는 문 후보 선거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기도 했다. 당 지도부 회의를 제주에서 연 것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이후 처음이었다.

집권 여당의 거센 견제에도 원 후보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는 승부수를 던져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제주는 무소속 후보가 도민의 지지를 받아왔다. 지금껏 치러진 여섯 번의 선거에서 세 차례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던 문 후보 진영은 “문 후보가 특별한 얘기 대신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원 당선자는 친문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게 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