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에 맞서 싸웠던 6·13 지방선거 야권 주자들이 대부분 패배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력 인사들은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등은 한동안 정치권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큰 치명타를 입은 인물은 홍 대표다. 그는 14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본인의 거취를 직접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네 글자의 영어 문장을 올렸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홍 대표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구 친박(친박근혜)계 등 당내 반대파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국면이라는 명분을 들어 갈등을 임시 봉합해왔다.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온 만큼 잠재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표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송 3사 출구 조사가 나온 직후 한국당 내에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중심이 된 ‘재건비상행동’이 출범했다. 홍 대표와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면서 당 재건에 나서기 위한 행동이 본격화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던 안 후보 역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야권 내에서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경쟁하면서 ‘야당 대표선수론’을 내세운 안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에게도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관련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안 후보를 소폭 앞서는 득표를 얻으면서 한국당 내 차기 주자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 밖에 원외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던 이인제, 정창수, 박경국 등 중량감 있는 인사도 줄줄이 낙선의 쓴맛을 봤다. 유정복, 김기현 등 현직 시·도지사도 지방 권력을 민주당에 넘겨주고 직을 내려놔야 하는 처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