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서명한 첫 합의 의미에도 큰 틀만 합의돼 이행까지는 '험난'
정상 간 첫 만남으로 신뢰 주춧돌…후속 고위급·정상회담 이어질 듯
[한반도 해빙] 비핵화·체제보장 갈 길 멀지만… 정상 신뢰가 '원동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을 약속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대립과 갈등을 거듭해 온 북미의 정상이 처음 만나 숙원인 비핵화와 체제보장이 들어간 합의서에 직접 서명한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큰 틀의 원칙을 '말'로 약속한 것일 뿐 뿌리 깊은 불신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기대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공동성명에 들어가고, 언제까지 이를 완료하겠다는 로드맵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의 협상도 험난할 것임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매번 북핵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했던 그간의 북핵 협상 역사가 그 어려움을 웅변한다.

이번 공동성명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비교해도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에 있어 오히려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또 미국은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불가침에 대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첫 출발로서 의미는 있다"면서도 "비핵화 합의문 자체는 9·19 공동성명보다도 퇴보해 상당히 아쉬움이 크다.

핵 검증문제와 미국이 줄곧 이야기한 CVID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수준의 합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신뢰의 주춧돌을 놓았기 때문에 이를 동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서로를 향한 두 정상의 평가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 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며 "그는 그의 국민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과 "매우 특별한 유대"를 갖게 됐다면서 "김 위원장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도 서명식장에서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서 노력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는 (북미 간) 우선 신뢰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공동성명은 끝이 아니라 단지 시작이고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미는 이런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후속 논의를 빠르게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는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 당국자 간의 후속회담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후속 정상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이후 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백악관 초청을 수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