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TV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TV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 도출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종전선언과 남·북·미 정상회의로 이어질 후속조치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실행을 견인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남북한, 미·북 관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과거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내달 종전선언 가능할까

다시 시험대 오르는 '문 대통령 운전자론'… '종전선언' 속도 낼까
전문가들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문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달께 남·북·미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전 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전화통화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하는 등 김정은에게 신뢰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종전선언’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이행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에 대응해 체제보장에 대한 보장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북·미 관계가 함께 좋아지고,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운전자 역할 모색해야

하지만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미·북 수교 정상화 등이 가능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날 미·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 조치나 시기 등에 합의하지 못해 원론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구체 조치 약속을 이끌어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겠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웠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에 의지를 밝히자 문 대통령은 중재자를 자임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문 대통령의 운전자 및 중재자 역할은 지금까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핵심은 미·북 회담 이후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대북 중재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만을 약속한다면 국내외 여론은 좋지 않게 흘러갈 수도 있다.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유엔 제재도 해제돼야 하는데 북한 비핵화 조치 없이 유엔에서 제재를 해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국회의 지지를 얻기도 쉽지 않다”며 “이 경우 과거 정부처럼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