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만남'이라 불리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날 단독정상회담에 이어 확대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실무 오찬을 이어가며 비핵화를 비롯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

미국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으로 양쪽에서 나온 두 정상은 약 10초간 악수과 함께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 모두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툭툭 치는 등 특유의 친근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통역 없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Nice to meet you" 등 간단한 영어로 소통했다.




이어진 단독회담에서는 통역만 대동한 채 1대1 회담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통역은 김주성 북한 외무성 통역요원이 담당한다. 김주성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미 때도 통역을 맡았다. 김주성은 태영호 전 북한 대사관 공사가 낸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김정은 위원장의 전담 통역팀인 '1호 통역' 소속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옆자리를 맡은 통역사는 미 국무부 통역국장 이연향 박사다.
김주성 1호 통역관과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사진=연합뉴스)
김주성 1호 통역관과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사진=연합뉴스)
미 국무부에선 ‘닥터 리’로 불리는 베테랑 통역사인 이연향 박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통역을 맡았다. 한미 전·현직 수장들의 통역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평가 받는 이 박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통역을 담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때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통역을 총괄했다.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를 나온 이 박사는 친구를 따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시험을 쳤다가 합격해 통역사의 길을 걷게 됐다.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통번역대학원에 한영과가 창설될 당시 자리를 옮겨 8년간 제자들을 배출했고, 그때 맺은 인연으로 국무부에서 한국어 외교 통역관이 됐다. 2004년 귀국해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다가 2009년 다시 국무부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단독회담에 배석하는 통역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며 기밀보안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일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 위원들과의 미팅에 참석했던 통역사인 박혜림 비즈니스 이러닝 DooYoo (두.유) 대표는 "이연향 박사는 통역사 사이에서 워낙 베테랑으로 유명한 분이시다"면서 "중대한 회담 등에 자리하는 통역사들은 기억력 확장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길고 짧은 문장의 자연스럽고 정확한 통역이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순간에는 노트 테이킹(Note-taking-노트에 연사의 발언을 받아적는 행위)를 통해 순차통역을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통역사
박혜림 통역사
박혜림 통역사는 "기밀이 필요한 경우 기밀유지 협약 (non-disclosure agreement, NDA)을 작성하게 된다서 "통번역사라면 고객의 기밀을 유지해주는 건 기본 자질에 해당하는 사항이라서 작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