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발표했지만 북한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결과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관영매체는 6일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가장 최근 미·북 정상회담을 보도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6월12일로 예정돼 있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시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열흘째 침묵을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요구한 ‘과감한 결단’에 대해 김정은이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과감한 결단’엔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반출·폐기 등 김정은이 직접 내려야만 하는 결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이 이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이번 회담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동선을 비공개하고, 그의 행보를 사후에 보도하는 관행도 침묵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김정은이 평양을 비우는 기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내부 설득과 새로운 대내 홍보 전략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로 전략 노선을 공식 수정하고, 나아가 미국과의 수교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 메시지를 일부러 꺼내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