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전기차·자전거 개조한 유세차 골목 구석구석 누벼
스피커로 무장한 기존 유세차 거부…유권자 "참신한 시도"
'평범한 건 싫어'… 유권자 시선 사로잡는 나만의 유세차
"제가 청년 후보잖아요.

다른 청년들과 똑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비싼 유세차를 빌려서 선거운동을 하기는 힘들더라고요.

고민하다 이 유모차를 선택했죠."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선효(29) 민주평화당 전주시의원 후보 유세차는 유모차다.

쌍둥이용 유모차에 전동 킥보드를 연결해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빈다.

유모차 안에는 소형 스피커를 달아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도록 했다.

제작비는 50만원.
대형 스피커와 LED 전광판으로 중무장한 트럭 유세차 임대 가격이 2천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다.

유모차를 본 유권자들은 '조용해서 좋다', '참신한 시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김 후보는 말한다.

김 후보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신기하게 바라봤는데 이제는 유모차를 보면 먼저 인사도 하고 반겨 주신다"며 "유세차 임대 비용도 선거비 보전 대상이라 세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아껴서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평범한 건 싫어'… 유권자 시선 사로잡는 나만의 유세차
김 후보처럼 평범한 유세차를 거부하는 후보가 늘고 있다.

시끄러운 스피커와 대규모 선거운동원을 배제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유세차'를 만들어 표심잡기에 나섰다.

정은희(45) 정의당 대전 서구의원 후보는 당 상징색인 노란색 삼륜 오토바이로 만든 유세차, 일명 '붕붕이'를 탄다.

붕붕이는 소음 공해를 일으키지도 않고 좁은 골목도 쉽게 다닐 수 있어 트럭 유세차보다 장점이 많다.

김후제(31) 정의당 충남 서산시의원 후보도 중고 오토바이와 리어카를 조립해 유세차를 만들었다.

일용직 근로자 출신인 김 후보는 "유세 차량 임대에 돈이 많이 들어서 필요한 중고품을 구매해 조립했다.

골목길도 마음대로 다니고 유권자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 좋다"며 직접 제작한 유세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같은 이유로 홍성부(53) 민중당 울산 남구의원 후보와 백세정(39) 무소속 경남 거제시의원 후보는 친환경 소형전기차, 이영희(55) 바른미래당 울산시장 후보는 스쿠터, 공병건(52) 자유한국당 인천 연수구의원 후보는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다.

윤현식(63) 더불어민주당 전남 목포시의원 후보는 쌀가마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황소처럼 땀 흘려 일하겠다'고 유권자와 약속한다.

한중일(50) 자유한국당 춘천시의원 후보는 '지역 발전의 견인차'를 자처하며 견인차를, 이원규(61) 자유한국당 철원군의원 후보는 농민 출신을 강조하기 위해 트랙터를 각각 유세차로 활용한다.

장성철(49) 바른미래당 제주지사 후보는 아예 유세차에서 내려 스피커를 매고 발품 유세를 하고 있다.
'평범한 건 싫어'… 유권자 시선 사로잡는 나만의 유세차
유세차를 공연장으로 만든 후보들도 있다.

이명원(54) 부산 해운대구의원 후보는 유세차를 밴드 콘서트장으로 꾸몄다.

평소 밴드 동호회 활동을 한 이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기타를 연주하고 중학생인 아들은 드럼연주 실력을 뽐내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구호만 외치는 유세 대신 주민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고 싶어 기타를 연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은성(51)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 후보 유세차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는 유세차에 놓인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유권자들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피아노과를 졸업한 임 후보의 연주를 보려고 일부러 유세차를 찾기도 한다.
'평범한 건 싫어'… 유권자 시선 사로잡는 나만의 유세차
윤태림(28)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 후보 유세차는 움직이는 국악 무대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그는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유세차에서 대금을 멋들어지게 연주한다.

윤 후보는 "난계 박연을 배출한 국악의 고장을 알리고, 선거를 축제로 만들기 위해 간단한 볼거리를 준비했다"며 "유권자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색다른 유세차를 본 유권자들은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권자 안모(34)씨는 "식상한 트럭 유세차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활용한 유세차가 더 기억에 남는다"며 "스피커를 크게 틀고 여러 사람이 춤추는 기존 선거운동 방식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은 색다른 유세차가 더 참신하고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정훈, 신민재, 심규석, 한종구, 조정호, 손상원, 허광무, 이상학, 변지철,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