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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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국개발연구원 KDI가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KDI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사안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KDI는 지난 4일 최경수 선임연구위원 이름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감소가 2019년 9만6천 명, 2020년 14만4천 명에 달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 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최저 임금 증가의)긍정적인 효과가 90%다"라고 말한 근거에 대해 통계청의 원자료를 갖고 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개인별 근로소득 분석' 자료라고 밝혔다.

근로소득자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의 소득 증가율이 지난해 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직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분석은 빼고 근로소득자만 포함시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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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5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왜곡된 통계를 내어놓으며 국민을 기만했다"면서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라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분석하면서, 정작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대상인 자영업자와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은 빼고 통계를 가공했다"면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은 빠지고, 상위 계층의 근로소득을 끌어와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라는 수치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이었는데, 정책이 도입되자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벼랑 끝에 내몰렸다"면서 "일용직, 임시직은 일자리가 줄고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폭탄에 빚더미를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반박 입장을 내놓으면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올해부터 실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감축, 물가 인상 등 심상찮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